탄핵 선고로 한라봉 가격 상승, 빼앗긴 봄 되찾는 시간 너무 길다

[분석] 한라봉 3kg 평균 경락가, 1만1000원 → 1만3000원까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에서 파면을 결정하자 한라봉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 12.3 내란 사태 이후 이어진 불안한 정세가 감귤류 소비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사실로 드러났다. 때늦은 가격 반등이 반갑기는 한데 예년 수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재배 농가는 웃을 수 없다.


▲ 농가가 보관하고 있는 한라봉(사진=장태욱)

2024년 산 제주산 만감류는 지난 설 이후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천혜향과 한라봉 동 후숙이 필요한 과일은 창고나 APC에서 다량 재고로 남아 있었다.

중문농협 관계자는 “살 이후 대형마트에서 한라봉 발주는 거의 오지 않았고, 천혜향만 소량 주문할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대도시 공판장으로 상품을 보내야 하는데, 경기도 좋지 않은데 공판장으로 상품이 몰리니 가격은 최저선 이하로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설 대목이던 지난 1월 17일부터 23일까지 대도시 공판장에서 거래된 제주산 한라봉 3kg 한 상자 평균 낙찰가는 평균 1만9000원을 유지했다. 설 대목이어서 선물용으로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 3월 들어 미국산 오렌지가 무관세로 수입되면서, 대도시 마트가 한라봉, 천혜향 대신에 오렌지 판매에 열을 올렸다.(사진=장태욱)

그런데 설 연휴가 지나자 시장이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2월 10일부터 16일까지 한라봉 가격은 1만2500원으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3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미국에서 오렌지가 무관세로 수입되면서 대도시 마트가 한라봉, 천혜향보다는 오렌지 판매에 열을 올린 것도 가격을 붙들어 매는 데 한몫 했다.

그리고 3월 중순 이후에는 악재가 겹쳤다. 경북 지방을 중심으로 산불이 번져 큰 재앙을 안겼는데, 그 기간 한라봉 가격은 1만1000원까지 주저앉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포장비, 물류비, 경매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농가에게 돌아가는 돈이 1kg 당 2000원 남짓하다. 시설재배에 투자한 돈을 생각하면 농가는 영농을 포기할 마음이 생긴다.

이런 흐름이 4월 1일까지 이어졌는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일을 지정하면서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한라봉 가격은 4월 1일 1만1000원에서 4월 2일, 1만2500원으로 올랐다. 4월 3일에는 1만3100원까지 솟았고, 약간의 조정 흐름을 보이면서 4월 7일에는 1만2800원으로 마무리했다.

헌재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선고에서 파면을 결정함으로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며칠간의 일이라 관련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1일 이후 양파를 재외한 대부분 채소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추는 공급량이 증가하는데도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높아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물론 한라봉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고 해도, 농가가 만족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한라봉은 평균 1만5000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지금 가격은 여전히 초라하다.

비상계업과 탄핵으로 이어진 지난 4개월, 제주도 감귤 농가는 수확한 과일을 팔아서 소득을 올려야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 귀한 시간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이 빼앗아 버렸다. 한라봉 재배농가는 빼앗긴 봄을 되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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