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제주도 감귤농가 위태롭다

[분석] 계엄사태 이후 추락하는 감귤가격

제주도 감귤농가가 2024년 지독한 열과 피해에 이어 출하기 2차 복병을 만났다. 노지감귤 공급량이 줄어 11월 이후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됐는데, 12월 3일 이후 계엄정국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제주감귤 농가는 기후위기에 따른 열과 피해로 심한 피해를 겪었다. 무더위와 가뭄이 오래 지속되면서 열매가 나무에 매달린 채 껍질이 벌이지는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 여름에 발생한 감귤 열과피해(사진=장태욱)

제주도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여름철 평균 기온은 26.3℃로 이전 평균 (24.5℃) 대비 1.8℃ 높았다. 여름 평균기온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8월에는 평균기온 29.3℃로 역대 평균보다 2.5℃나 높았다. 8월 강수량은 78.3mm를 기록했는데, 이는 예년 평균(283.3mm)의 27.6%에 불과했다.

무더위와 가뭄으로 노지감귤 생육이 크게 나빠졌다. 껍질이 제대로 생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열매는 팽압을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기 일쑤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산 제주산 노지감귤 생산량은 평년 대비 20% 정도 줄어든 37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감귤 생산량 감소는 시장 공급의 감소로 이어졌다. 감귤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11월 20일부터 30일까지 10거래일간 전국9대 도매시장에 출하된 노지감귤은 2023년 9630톤, 2024년 7456톤을 기록했다. 2024년 공급량은 2023년 대비 22.6%나 감소했다.


▲ 11월 20일부터 30일까지 10거래일 동안 9대 도매시장에 상장된 제주감귤의 출하량과 가격. 2024년은 전년에 비해 출하량이 줄어들고 가격은 높아졌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자료를 기반으로 장태욱 가공)

같은 기간 감귤 5kg 한 상자 평균 거래가는 2023년 1만721원, 2024년 1만2416톤을 기록했다. 평균가격은 전년 대비 15.8% 증간한 것.

올해산 감귤은 생산량이 감소한 반면, 품질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이 높고 산이 낮아 소비자 선호가 예년에 비해 높다는 평이 있었다.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 계업사태가 발생하기 전후 일주일 간 가격 추이. 계엄사태가 발생한 12월 4일 이후 가격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자료를 기반으로 장태욱 가공)


이런 분위기는 11월말부터 12월초까지 9대 도매시장 가격에 반영돼 나타났다. 11월 27일 1만2500원을 기록하던 평균가격은 조금 등락하다가 12월 2일에 이르러 1만2900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12월 3일에는 1만3300원, 4일에는 1만37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5일에 1만3300원, 6일에 1만3000원을 기록했고, 7일에는 1만1900원으로 추락했다. 이후 1만2000원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관계자는 지난 10일 최근 노지감귤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해 중도매인 창고에 재고가 남아 있는 점과 계엄령 여파로 소비가 잘 되지 않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 대도시 매장에서 판매되는 귤(사진=장태욱)

12월 중순 이후 감귤 시세가 어떻게 형성할 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예전에 비해 감귤 공급량은 감소하고 소비자 선호는 양호한 점은 농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최근 악화된 국내 경제상황과 불안한 정치가 농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제주도 감귤농가가 열과 피해에 이어 '계엄사태'라는 2차 장애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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