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으로 추락한 권위, 잉크 안 마른 대통령상을 어찌 할까요?
서귀포오석학교 계엄 실패 뒷날 전국자원봉사자대호에서 대통령상 수상
서귀포오석학교가 행정안전부 주관 ‘2024년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상을 주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시동한 직후 받은 것이라, 상 받은 걸 주변에 제대로 자랑도 못합니다. 게다가 행사를 주관한 행정안전부의 장관이 불법계엄에 동조한 사실이 알려져 야당에게 탄핵소추까지 당했습니다. 자원봉사로 일궈온 오석학교의 명예가 상으로 오히려 더렵혀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행정안전부는 5일 오후 2시, 강원특별자치도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2024년 전국자원봉사자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제19회 자원봉사자의 날을 기념해 열린 행사인데. 한국자원봉사협의회,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가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행사는 다양한 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온기와 희망을 전하고 있는 자원봉사자와 봉사단체 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습니다. 전국 주요 자원봉사단체와 2024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수상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나눔 캠페인에 참여한 개인, 단체,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 258명이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서귀포오석학교는 대통령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서귀포오석학교는 1967년 5월 설립된 이래로 시민의 자발적인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학교입니다. 지난 57년 동안 배움의 기회를 놓친 시민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글을 모르던 시민들이 이 학교에서 글을 배웠고 검정고시를 거쳐 졸업 인증도 받았습니다.
또, 어르신들이 스마트기기 사용법이나 영어 등을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평생교육 기관으로 자리를 잡아, 교육 취약 주민이 훌륭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합니다. 서귀포오석학교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11월 말,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는 잔치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자원봉사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교기(校旗)도 제작했고, 수상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제작해 학교 입구에 걸었습니다.
그런데 자원봉사자 대회가 열리기 이틀 전에 잔치 분위기를 뒤엎을 만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전 국민이 보면서 경악했던 일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에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한 사건입니다. 시민의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은 무산됐지만, 이 일로 대통령상의 의미는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상을 주는 기관의 명예가 한없이 실추됐는데, 상이 자랑스러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수상소식을 밖에다 자랑할 수는 없게 됐으니, 오석학교 가족끼리라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구성원끼리의 격려, 사회의 지지가 대통령상보다 더 값진 것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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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