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테우리, 도감, 돌챙이, 독도해녀 등 17명의 휴먼영상 오픈

[서귀포시 미래문화자산 ⑨] ‘휴먼라이브러리’ 영상 전편 공개

‘삶의 이야기가 문화가 되다’ 한평생 노지문화 일궈온 마을 삼춘들 조명
‘시민 감상평’ 이벤트도 함께 진행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센터장 이광준, 이하 ‘센터’)가 휴먼라이브러리 영상 전편을 공개했다. 공개한 작품은 제주도 고유한 노지문화를 일궈온 마을 삼춘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한 아카이빙 영상물이다.

휴먼라이브러리(human library)는 2000년도에 덴마크에서 시작된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서비스다. 도서나 인쇄매체 대신 사람이 정보자료가 되어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며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후 휴먼라이브러리는 전 세계로 확산됐고,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이후 다양한 형태로 파급되고 있다.


▲ 독립서점 북타임이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의 지원을 받고 추진하는 '어르신 이야기 듣기' 프로그램 현장이다. 휴먼라이브러리가 국내에 소개된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사진=장태욱)

센터는 2021년부터 ‘삶의 이야기가 문화가 되다’라는 주제 아래 휴먼라이브러리 사업을 시작했다. 문화도시 서귀포의 슬로건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露地) 문화 서귀포’에 걸맞게, 노지문화의 담지자로서 어르신의 삶을 조명하는 일이다.

노지문화를 기억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내기 위해 전문가 조언, 마을 취재 등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해, 대상을 선별했다. 2021년 이 사업을 총괄했던 김현정 PM은 “휴먼라이브러리 영상을 제작하기에 앞서 사라져가는 서귀포시 유무형의 자산을 먼저 조사하고, 각 문화유형에 걸맞는 인물을 찾기 위해 각종 자료를 찾고 자문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업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어르신을 찾아갔는데 휴먼라이브러리 사업을 이해시키는데 애를 먹기도 했고, 가족의 반대로 제작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또, 어르신과 일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도 있었다.


▲ 문화도시 서귀포는 홈페이지에 휴먼라이브러리 영상 17편을 공개했다. 노지문화 담지자로서의 어르신 17명을 조명한 휴먼영상인데, 제주도 문화유형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문화도시 서귀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한 사업이 추진됐고, 남원읍 의귀리 출신 쇠테우리 고기정(1938년생) 어르신을 시작으로 어르신 17명의 삶을 조명하고 그 내용을 10분 남짓한 분량의 휴먼다큐 형식으로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농사허잰 허민, 쇠 어성이사 되어, 게? 쇠가 옛날에는 반 재산이라서. 황소 한 마리민 땅이 한 천 평까지 교환됐으니까.”

고기정 어르신이 영상에서 전하는 말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소가 얼마나 귀했는지, 소의 재산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는 2021년에 고기정 어르신 외에도 고윤자(1929년생, 천지동, 감귤영농 1세대), 김례(1928년생, 의귀리, 밭 볼리는 소리), 고순신(1935년생, 법환동, 테왁망사리 공예), 윤세민(1930년생, 서귀진성터의 기억), 조이전(1936년생, 안성리, 비석장)·고정팔(1939년생, 인성리, 각자장), 현순직(1930년생, 삼달리, 해녀), 김유헌(1938년, 감산리, 멍석 공예), 강승옥(1954년생, 가시리, 소꼽지당 단골), 송현군(1943년생, 고성리, 불미대장) 어르신 등을 소재로 총 10편의 휴면라이브러리 영상을 제작했다. 조이전, 고정팔 어르신은 비석 제작에 협업하는 관계이므로 두 사람을 한 편에 담았다.

이 가운데 현순직 어르신은 해녀인데, 독도와 강화도로 원정 물질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강원도로, 독도로, 강화도로 안 댕긴 디가 어서. 나 입 하나만 가지민 어디라도 댕겨.”

해녀의 강인한 생활력을 알 수 있게 하는 말이다. 현순직 어르신은 구순을 넘긴 연세에도 지난 인생에 대해 또박또박 자신감 있게 구술한다.

센터는 2021년 12월, 서귀포롯데시네마에서 휴먼라이브러리 상영회를 열고, 10편의 작품을 어르신 가족과 시민에 공개했다. 영상은 단순한 자료의 수준을 넘어, 뛰어난 영상미를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센터는 2022년도, 2023년에도 휴먼라이브러리 사업을 지속했다.


▲ 2022년, 도감삼춘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성읍민속마을 초가를 빌려 전통잔치를 재현한 날(사진=장태욱)

2022년에는 강희수(1941년생, 성읍리, 도감), 오복인(1940년생, 서귀동, 갈중이 제작), 변산일(1941년생, 유수암, 돌챙이)·김상홍(1941년생, 난산리, 돌챙이), 정인권(1948년생, 토산리, 우장), 오용부(1963년생, 제주시, 심방) 어르신 등을 담은 영상 5편을 제작했다. 돌챙이 오복인, 변산일 두 어르신을 한 영상에 담아 내용을 알차게 담았다.

그리고 2023년에는 정성필(1951년, 성산읍, 고망낚시), 강범식(1933년, 수산리, 구덕)어르신 등을 담은 영상을 추가로 제작했다. 센터가 3년 동안 제작한 영상은 총 17편, 사라져가는 문화유형이 영상으로 오롯이 보존될 수 있게 됐다.

센터는 지난 2023년 9월, 서귀포미래문화자산추진단(단장 김찬수)과 함께 서귀포시청 2층 문화강좌실에서 휴먼라이브러리 상영회를 개최했다. 서귀포시 주요관계자 및 시민 대상 약 120여 명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수준 높은 영상미를 가진 감동의 다큐멘터리라는 찬사와 함께 제주의 무형문화자산의 미래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 센터는 그동안 여러차례 휴먼라이브러리 상영회를 열었다.

센터는 2024년 9월 초에 그동안 제작한 영상 17편을 유튜브를 통해 일반에 공개했다. 이번 전편 공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영문번역 콘텐츠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예고편을 비롯한 3편의 영상(쇠테우리, 감귤영농 1세대, 삼달리 해녀)은 국문과 영문자막을 동시에 기재, 외국인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광준 센터장은 “제주 곳곳의 사라져가는 미래문화자산의 가치를 기록하고 콘텐츠화하는 사업은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넘어 제주도 전체 차원에서 꼭 진행되어야 할 일”이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확산에 무게를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귀포문화도시센터는 휴먼라이브러리 전편 공개 기념으로 시민감상평 이벤트도 함께 개최한다. 영상을 감상한 뒤 유튜브 댓글로 감상평을 게시하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이 지급된다.

휴먼라이브러리 영상은 공공의 목적이라면 일선 교육현장과 마을 협의회 등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영상과 이벤트는 서귀포문화도시센터 홈페이지(https://www.nojiculture.kr)와 서귀포문화도시센터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nojiculture)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와 ‘서귀포사람들’이 지역 파트너쉽 사업으로 작성한 기획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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