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한 국물에 흑돼지불고기 향이 풀풀, 먹기 전부터 맛있다

[동네 맛집 ㉕] 남원읍 하례리 이루후제

중화요리 식당에 가면 늘 하는 고민이다. 짜장면을 먹을까, 아니면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짜장면을,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은 짬뽕을 주문하게 마련이다. 주머니 사정이 좀 좋아, 탕수육 한 접시 추가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데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음식점이 있다. 민짬뽕, 불고기짬뽕, 돌문어짬뽕 등 짬뽕 종류만도 세 종류다. 짬뽕 가격도 8천원에서 1만4천원까지 제각각이다. 거기에 흑돼지 짜장면과 짜장까스 등 짜장면도 두 가지다.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라는 고민이 아니라, 어떤 짬뽕을, 어떤 짜장면을 먹을지 고민이 복잡해진다. 거기에 탕수육과 볶음밥, 흑돼지돈까스, 불고기비빔면 등 다른 메뉴도 입맛을 자극한다. 어느 걸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느낌, 누구라도 이 음식점에 들어서면 고민이 깊어진다.


▲ 음식점 '이루후제'.북유럽 건축양식에 제주도 귤 창고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이루후제’, 제주어로 ‘이 다음에’라는 뜻이다. 짜장면과 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인데, 지난 2016년, 쇠소깍으로 가는 길목에 문을 열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현익부 사장님은 전직 중학교 교장이란 점도 특이하다. 은퇴 전, 위미중학교에 근무할 때 남긴 자취가 남달랐기에 음식점은 개점 초기에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당시 위미중학교 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교사들과 학부모회을 설득하고 후원자들을 모집해 전국 최초로 전교생 오케스트라단을 구성했다. 아이들이 음악을 하면서 자존감이 커졌고 예절도 밝아졌다. 학교는 그렇게 화제가 되었고, 위미중학교는 2012년에 전국 중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민국 미래학교’에 이름을 올렸다.


▲불고기짬뽕. 국물에 제주산 채소와 톳이 들어 있는데, 맛이 깔끔하도 단백하다. 거기에 흑돼지를 구워서 면 위에 올렸는데, 그 향이 너무 좋아 먹기 전부터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사진=장태욱)

현익부 교장은 교직에서 퇴임하고, 깊은 고민 끝에 ‘이루후제’를 창업했다. 교직에서 물러났다고 놀면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에서내린 결정이다. 제주에서 가장 따뜻하고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이는 쇠소깍 길목에 음식점을 개점하고 스스로 사장이자 홀 서빙맨이 됐다.

개업 초기에는 볶음밥, 하간거짬뽕, 탕수육, 크림짬면, 수제돈까스 등 5가지 음식을 팔았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침체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정상화됐다. 그 과정을 겪은 후 메뉴도 새로워졌다.

메뉴가 과거와 달라지기도 했고, 종류도 많아져 호기심이 커졌다. 민짬뽕, 불고기짬뽕, 돌문어짬뽕, 흑돼지짜장면, 비빔면N불고기, 짜장까스, 수제돈까스, 새우볶음밥, 탕수육, 수제돈까스 이렇게 10가지 메뉴가 각기 자기 색깔을 뽐낸다. 이 메뉴를 모두 맛보려고 아내와 3일 연속 이루후제를 찾았다. 음식점은 가는 날마다 손님으로 붐비는데, 현익부 사장은 늘 웃는 얼굴로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 돌문어짬뽕. 국물은 불고기짬뽕과 비슷한데, 문어 한 마리를 통으로 올렸다. 이걸 먹으면 바다를 다 먹은 만족감이 몰려온다.(사진=장태욱)

이 음식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음식을 소개해야 하는데, 선택이 쉽지 않다. 어느 것 하나 가격이 과하거나 맛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 그래도 골라보라면, 불고기짬뽕과 돌문어짬뽕, 짜장까스 3종류는 반드시 먹어볼 만한 음식이라 추천한다.

불고기짬뽕, 여느 음식점 짬뽕처럼 붉은 국물에 양파와 버섯 등 채소가 들어갔다. 특이한 점은 제주산 톳이 들었고, 생 대파를 잘게 썰어서 올렸다. 백미는, 제주산 흑돼지를 양념해 불에 구운 후 면에 올린 점이다. 짬뽕은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불고기 향을 풍기며 맛을 과시한다.

면 한 젓가락과 불고기 한 점을 같이 먹으면, 계속 먹고 싶어지는 조합이다. 국물 또한 과하게 맵지도 짜지도 않고 단백해서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충분이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돌문어짬뽕, 말 그대로 짬뽕에 돌문어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있다. 짬뽕에 들어있는 채소류는 불고기짬뽕과 비슷한데, 다른 점은 불고기 대신에 돌문어가 들어간 점. 돌문어를 삶을 때 잘못하면 질겨서 씹기 어려운데, 부드럽게 잘 삶아 냈다. 가위로 돌문어를 잘게 썰어서 면과 함께 먹으면 배도 마음도 채운 느낌이다. 톳과 문어의 맛이 어우러져, 바다를 다 먹은 만족감이 밀려온다.


▲ 짜장돈까스. 이건 짜장면과 돈까스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 두 가지 추억을 맛 볼 수 있어 좋다.(사진=장태욱)

그리고 짜장까스, 이건 짜장면과 돈까스가 같이 나오는 메뉴다. 제주산 흑돼지를 잘게 갈아서 짜장면 소스에 넣은 게 특징이다. 소스가 부드럽고 단백한 게 특징이다. 거기에 돈까스 하나가 썰어져 나오는데, 채소 샐러드와 밥이 같이 나온다. 그러니까 한 가지 메뉴에 두 가지 음식을 먹는 호재를 누린다. 쫄깃한 면발에 고소한 짜장소스와 탕수육 한 조각에 한라봉 향이 나는 샐러드를 번갈아가며 먹으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 가지 메뉴 가운데 짜장까스가 가장 좋다. 짜장면과 돈까스, 어릴 때 추억이 듬뿍 담긴 음식인데, 한 가지 음식에서 두 가지 추억을 맛볼 수 있으니, 과연 ‘소울 푸드’ 아니겠나?

재료를 대부분 제주도산으로 쓰는 게 좋다. 돈까스나 짜장면, 짬뽕, 탕수육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도 모두 제주산 흑돼지를 사용한다. 정해진 양만 팔고, 남는 재료를 다음 날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료가 소진된 메뉴는 그날 더는 팔지 않는다.

음식점 건물은 북유럽 건축양식에서 기본 테마를 빌려왔고, 기단부에 제주 천연석을 둘러 제주 귤 창고 이미지를 덧씌운 게 특징이다. 점심과 저녁 장사를 하는데, 오후 3시에서 5시까지는 준비 시간이다.

이루후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신로 63
불고기짬뽕 1만원, 돌문어짬뽕 1만4000원, 짜장까스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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