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에 발 담그고 백숙, 뼛속까지 시리고 마음까지 불러

[동네 맛집 ㉔] 색달동 생수천 계절음식점

중복을 넘어 말복을 앞두고 있다.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고 기운을 보충해야 할 시기다. 더운 날, 토종닭 한 마리 삶아놓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 기운도 보충하고 친목도 도모할 수 있다. 보양식을 즐기지는 않지만, 닭백숙 나눠 먹는 분위기가 좋아 그런 자리는 마다하지 않는다.


▲ 토종닭 백숙(사진=장태욱)

주말에 친구와 토종닭 백숙으로 몸을 보양하기로 했다. 그런데 보통의 식당이 아니라 계절음식점에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용천수에 발을 담그고 먹는 음식이라, 뼛속 깊숙한 곳까지 시원한 기운을 채울 수 있다.

색달동 생태문화공원에 생수천 계절음식점이 지난 7월 1일 개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색달마을회가 공개 입찰 과정을 거쳐 운영자를 선정하는데, 운영자는 두 달 동안 음식 장사를 한다. 음식점은 토종닭 백숙 단품이다.

계절음식점에 들어서면 여기가 식당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건물도 없고 달랑 천막 하나가 있을 뿐이고, 물을 가두는 수조가 눈에 띈다. 도착하니 주인장이 앉을 장소를 정해줬다. 넓은 수조 정 가운데 돌로 만든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수조에는 정강이 높이까지 잠길 정도로 물이 찼다. 수조를 채운 물은 지하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인데, 수조로 계속 들어와서 배출구를 통해 나간다. 이 음식점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수조 안 테이블에 있다.


▲ 수조에 다리를 담그고 먹는 계절음식점(사진=장태욱)

백숙이라 미리 주문을 하면 좋다. 30분 전에 주문하고 갔던 터라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왔다.

반찬은 김치와 오이, 양파, 고추, 된장, 이게 끝이다. 단순해도 너무 단순하다. 백숙도 뭐 특별히 들어간 게 없어보였다. 그냥 닭 한 마리에 감자와 마늘 정도 넣고 푹 삶았다. 그러니까 이 집에서 음식에 기교 같은 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맛이 없나? 그것도 아니다. 우선 배추김치가 여느 식당에서 먹었던 것보다 신선하고 맛이 있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같이 갔던 친구도 그렇게 얘기했다. 그리고 백숙이 나오는데, 단순하게 요리한 거라 닭의 기본 맛과 느낌이 잘 살아 있다. 특히, 닭 날개나 다리나 가슴살 모두가 쫄깃해서 좋다.


▲ 음식은 전체적으로 단순하다.(사진=장태욱)

내가 닭을 뜯는 동안 친구는 술을 많이 마셨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근 데다 주변에서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술이 당긴다고 했다. 나도 한 잔 마시면 시 한수 지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운전 담당이라 참았다. 나중에 계산할 때보니 음식 값 못지않게 술값이 많이 나왔다.

마무리는 예정대로 닭죽으로 했다. 역시 한국인 배에는 쌀이 들어가야 포만감이 느껴진다.

생수물은 예로부터 색달마을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이용했던 물이다. 하루 1300여 톤의 시원한 물이 땅속에서 솟아났기에 이 물을 끌어다 논농사를 짓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변에 이 물을 이용해 생태문화공원이 조성되고 물놀이장이 들어섰다.

생수천 계절음식점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2137-6, 닭백숙 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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