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과 불고기 세트, 에어컨 고장 나도 줄 포기할 수 없다

[동네 맛집 ㉓] 토평동 ‘서귀포밀면 정든옛집’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인데, 규모가 제법 크다. 두 칸 음식점으로 한꺼번에 50명은 수용할 만한데, 오후 1시까지는 줄이 끊이지 않는다. 손님들이 밀면 한 그릇 먹으려고 무더위도 참아가며 줄을 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귀포시 토평동 제남마트 오거리 주변에는 식당이 몰려있는 곳이다. 주변에 영천동주민센터와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이 있어서 공직자와 민원인이 오가며 이 주변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물밀면(사진=장태욱)

‘서귀포밀면 정든옛집’도 그 가운데 하난데, 밀면과 석쇠불고기를 세트로 판다. 밀면은 물밀면과 비빔밀면 두 가지인데, 양념한 돼지고기를 석쇠에서 구은 불고기가 밀면에 따라 나온다. 밀면과 석쇠불고기가 세트로 8000원이니 고물가 시대에 서민 부담을 줄여주는 식당이다.

평일 오후 12시10분경에 식당을 찾았는데, 홀에 손님이 가득하고 자리를 잡지 못한 손님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청년이 10명이 대기하고 있다며 기다릴 수 있냐고 물었다. 기왕에 밀면 먹으로 왔으니 기다려서 밀면 맛은 봐야할 터.

그렇다고 번호표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 차례가 오길 마냥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중에도 손님은 계속 들어왔고, 줄은 계속 이어졌다.

식당은 입구쪽와 안쪽, 두 칸인데 입구쪽 홀에 에어컨이 고장 났다. 안쪽 에어컨 바람이 퍼지기는 해도 무더위를 날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앉아서 식사하는 손님이나, 무더위에 줄을 선 손님 모두 불평하지 않았다.


▲ 비빔밀면(사진=장태욱)

우리 차례 자리가 났는데, 다행히도 안쪽 홀이었다. 기다리면서 더위에 시달렸는데 보상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물밀면 세트와 비빔밀면 세트를 각각 주문했다. 물밀면은 소면 굵기의 면이 육수에 담겨 나왔다. 거기에 양념장이 듬뿍 얹혔고, 삶은 달걀 반쪽과 무채, 오이채 등이 고명으로 올랐다. 국물과 고명이 정갈해서 한눈에도 먹음직스럽다. 시원한 육수에 면이 쫄깃하게 살아있다.

비빔밀면은 국물은 물밀면의 1/4 정도이고, 고명은 대체로 비슷하다. 양념장은 밀물면 양념보다 달짝지근한데, 냉면처럼 양념에 가오리무침이 들어있다.


▲ 불고기가 밀면과 함께 세트로 나온다.(사진=장태욱)

그리고 불고기. 돼지고기 다리 살 같은데 얇게 썰어서 양념한 후 초벌구이를 하고 나온다. 그러면 양초 램프 같은 화로 위에서 식지 않도록 가열하며 먹으면 된다. 불고기도 고기향이 나고 식감이 쫄깃하게 살아있다.

그런데 이 집엔 별도로 반찬이 없다. 그러니까 밀면에 고명으로 오른 채소가 반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에 따뜻한 사골육수가 나오는데, 육수와 불고기를 밀면과 함께 먹으면 매운 맛이 잡히고 입안에 단백한 느낌이 살아 있다. 사골은 소의 사골을 약초와 함께 36시간 동안 끓여 만든 것이다.
그렇게 밀면을 먹고 나오려니 오후 1시쯤 됐다. 그래도 여전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 식당 입구(사진=장태욱)

점심 장사만 하는데, 오전 10시30분에 장사를 시작해서 오후 3시에 마친다. 매우 화요일은 쉰다. 서귀포시가 지정한 착한가격 업소다.

서귀포밀면 정든옛집
제주 서귀포시 토평로50번길 28, 732-8686
물밀면-석쇠불고기 세터 8000원, 비밀밀면-석쇠불고기 세트 8,000원,
왕만두 5000원, 곱빼기는 1000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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