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시 서귀포에는 솜반천이 ‘반지의 보석’

[물이 빚은 도시 서귀포] 솜반천 자연생태공원

7월 말부터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도심에는 한낮 최고 기온은 연일 35℃를 넘는다. 가만히 있어도 온 몸에 땀이 나고 진이 빠진다.

이런 무더운 날에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진동하는 곳이 있다. 계곡 물속에서 물놀이하며 송사리를 잡는 아이들 표정에 더위나 짜증 따위는 없으니 보는 부모의 표정에도 웃음기가 돈다. 도심이 품은 맑은 계곡, 솜반천이 있어 여름 서귀포는 활기를 띤다.


▲ 솜반천은 서귀포시민이 한여름 더위를 날릴 수 있는 쉼터로 자리잡았다.(사진=장태욱)

예로부터 제주도는 물이 귀한 섬이었다. 물은 지하에 저장되고 드물게 해안가 일부 구석에서 샘이 솟아날 뿐이었다. ‘산물’ 혹은 ‘고망물’이라는 용천수는 주민이 마실 수 있는 귀한 물이었다. 그마저도 없는 마을은 냇가에 고인 빗물을 길어서 식수로 사용했다.

그런데 예외도 있다. 강정천과 악근천, 솜반천, 동홍천, 돈내코 계곡 등에선 해안에서 먼 곳에서 많은 양의 물이 땅에서 솟아나 연중 바다로 물을 흘렀다. 과거 백중날 도내 여러 곳에서 서귀포로 사람이 모인 건 이 풍부한 물 때문이었다. 이런 하천이 있어 정원도시 서귀포가 더욱 빛을 발한다. 신이 불과 물을 빚어 제주섬을 만들 때 서귀포를 반지의 보석으로 만들 구상을 하지는 않았을까?

제주섬을 형성한 최초의 폭발은 약 180만년 전에 시작됐다. 이후 폭발로 만들어진 지층이 서귀포층인데, 제주도의 기초 지반에 해당한다. 이후에 많은 화산활동이 더해져서 서귀포층은 천지연폭포 남쪽 해안 절벽을 제외하고는 제주섬 전역에서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한다. 제주섬 전체가 현무암 아래에 서귀포층이 깔려있는 구조인데, 서귀포층은 마치 콘크리트 구조처럼 물을 쉽게 통과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 제주섬 지하수 부존형태 모식도(제주자치도)

서귀포층은 한라산 중심부로 갈수록 지하에서 높은 곳에 위치한다. 비가 내리면 빗물은 땅 속으로 스며든 후 서귀포층 위와 아래에 나뉘어 저장되는데, 지하수 부존형태는 서귀포층의 구조에 따라 한라산 중심부에서 수면이 상위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한라산에 가까운 서귀포는 지하수면이 해수변보다 높은데, 이 상위지하수가 바위의 틈을 뚫고 솟아나 솜반천의 힘찬 물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하천의 구조로 솜반천은 연외천의 하류에 해당한다. 연외천은 한라산 남쪽에 위치한 효돈천 인근의 쌀오름(해발 566m) 북서쪽 해발 600m 지점에서 발원해 제2산록도로를 가로질러 서귀포시 서홍동, 솜반천, 천지연폭포를 지나 서귀항에 이른다. 동홍천과 더불어 서귀포 중심 골격을 형성하는 하천이다.

연외천 대부분 구간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바닥이 드러나는 건천인데, 솜반천 부근에 이르러 지하에서 물이 솟아난다. 솜반천은 흐르는 물은 서홍교에서 약 150미터 이내 지점에서 솟아나는데, 정확하게 물이 샘솟는 지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서홍동 주민 김수종 씨는 “어릴 때부터 솜반천에서 멱 감고 놀았는데, 물이 어느 지점에서 나오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다.”라며 “다만 여러 곳에서 물이 나오는데 대부분 우리가 ‘얼음탕’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여러 구멍에서 나오는데, 샘 위로 물이 계속 지나기 때문에 지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솜반천 물줄기(사진=장태욱)


▲ 인공수로에서 몸을 식하는 시민들(사진=장태욱)

솜반천이 서귀포시민의 자랑이 된 건 2000년대 들어서 일이다. 서귀포시는 1980년대 이후 인구가 집중되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심각한 환경문제에 봉착했다. 생활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악취 또한 심하게 풍기던 시절도 있었다.

민선 서귀포시는 지난 2003년 11월 녹색도시로의 탈바꿈을 위한 ‘생태도시’를 선포했다. 2000년부터는 솜반천 주변 1만6000㎡에 29억 원의 예산을 들여 나무다리, 피크닉장, 인공수로 등을 설치했다. 인공수로 주변에는 왕벚나무와 먼나무, 멀구슬나무 등이 숲을 이뤄 솜반천 주변에는 여름에도 늘 서늘한 바람이 머문다.

2005년까지 1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천지연 상류 걸매지역 12만㎡에 수생식물, 습지생태, 하천생태, 야생조류 등의 각종 관찰원과 생태문화정보센터를 갖춘 ‘걸매생태공원’도 조성했다.

환경부는 지난 2004년, 서귀포시 솜반천을 훼손된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복원한 우수사례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솜반천 생태공원은 천지연폭포의 모천이라고 언급한 후, 생활하수와 쓰레기 투기 등으로 2급수로 전락한 솜반천에 대해 하천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호안을 정비해 1급수의 하천기능이 회복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 서귀포시가 솜반천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만든 안내 표석(사진=장태욱)

서홍동을 명품 하천으로 만드는 데에는 지역 주민의 노력 또한 한 몫 담당했다. 우선 마을주민들은 솜반천과 하논분화구, 지장샘 등을 포함해 서홍동의 아름다운 8곳을 ‘서홍 8경’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서홍 8경을 중심으로 서홍동 산책코스를 발굴해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홍동청년회는 해마다 하천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풀을 베고 쓰레기를 줍는 정화활동을 펼친다. 또, 여름이면 청소년들과 함께 솜반천 영상문화축제를 개최해, 솜반천을 청소년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