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민속과 인정을 담은 음식, 오히려 손님이 미안하다

[동네 맛집 ㉒] 정방동 한동네

제주도에는 장마가 걷히고 절기 상 대서도 지났다. 식물과 곤충은 자신의 생명을 무한히 드러낼 시기다. 농민은 잡풀을 제거하고 벌레, 곤충과도 전쟁을 치러야 한다. 더위를 피해가며 그런 일을 하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오전 농장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됐다. 배는 채워야 하는데, 밥 차리는 것은 귀찮다. 더운 날 점심이면, 남이 차려주는 음식 한가롭게 먹는 게 제격이다. 정방동 서복전시관 앞에 있는 ‘한동네’는 이런 날 가면 좋은 식당이다.


▲ 보말칼국수. 1만1000원인데, 면이 쫄깃하고 국물맛이 일품이다.여행객에게 추천하면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사진=장태욱)

보말칼국수, 성게보말칼국수, 성게보말국, 보말국, 메밀뼈국, 열무국수, 비빔국수 등을 파는 집이다. 예전에는 오겹살 등 고기도 팔았는데, 오랜만에 와보니 생고기는 메뉴에서 빠졌다. 남은 음식 대부분은 보말이나 성게, 메밀, 돼지 뼈 등 제주도에서 나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다.

이 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음식은 메밀뼈국과 보말칼국수, 열무국수 등이다. 메밀뼈국은 현지 주민이 좋아하고, 보말칼국수는 여행객이 좋아한다. 열무국수와 비빔국수는 현지인, 여행국 구분 없이 국수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국수 가격이 6천원이라니 손님 입장에서 오히려 미안하다.


▲ 가장 잘 팔린다는 음식 3가지를 주문했다.(사진=장태욱)

메밀뼈국과 보말칼국수, 열무국수 각각 1인분씩 주문했다. 좋아하는 음식은 메밀뼈국인데 보말칼국수를 먹어본 지도 오래됐고, 더운 날이어서 시원한 열무국수를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반찬으로 깍두기와 배추김치, 거기에 묵은지를 멸치와 볶은 묵은지볶음 등 김치만 세 가지가 나왔다. 거기에 콩나물무침, 감자채볶음, 멸치볶음 등이 더해졌다. 밑반찬은 모두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 세 가지가 같이 나왔다.


▲ 메밀뼈국. 9000원인데, 난 이 음식을 가장 좋아한다. 제주도 사람들이 예로부터 가장 좋아했던 메밀과 돼지뼈로 만든 음식이다.(사진=장태욱)

메밀뼈국, 이건 제주도 민속이 빚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날 돼지의 등뼈의 핏물을 빼고, 아침에 깨끗하게 씻어낸 후 솥에서 세 시간을 삶는다. 그렇게 국물을 우려낸 후, 소금으로 간을 하고 무와 파를 넣는다. 거기에 메밀가루를 넣어 담백하고 걸쭉하게 맛을 낸다. 제주도 사람들이 예전에 좋은 날 먹던 그 음식 맛이다.

보말칼국수는 보말로 국물맛을 내고, 거기에 보말과 유부를 고명으로 올렸다. 면은 쫄깃하고 국물맛이 단백하다. 예전에 부산에서 여행 온 친구에게 추천했는데, 가족이 이 음식을 먹고 매우 만족했다고 말했다. 정말 현지인이 먹어도 맛에 빈틈이 없다.

열무국수, 처음엔 60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고깃집에서 나오는 후식 국수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대접에 국수 한 그릇이 제대로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냉면 육수로 국물 맛을 내고, 그 위에 열무와 삶은 달걀을 얹었다. 일을 하고 온 후에 한 그릇을 먹었는데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 열무국수. 6000원인데, 양으로나 맛으로나 부족함이 없다. 더운 날 먹으니 시원하고 상쾌한 맛이 만족스럽다.(사진=장태욱)

주인장은 2010년 장사를 처음 시작했는데, 장소를 세 차례 옮긴 이후 2018년부터 지금의 가게에 자리를 잡았다. 서귀포시는 2023년 7월, 이 가게를 ‘착한 가격 업소’로 지정했다.

한동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동부로 4, 연락처 732-4573
보말칼국수 1만원, 성게보말칼국수 1만2000원, 성게보말국 1만3000원, 보말국 1만1000원, 메밀뼈국 9000원, 열무국수·비빔국수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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