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면에 매콤한 소스, 두툼한 수육까지 더해져서 명품 밀면

[동네 맛집 ㉑] 서호동 찬밀면

제주도는 장마가 걷히기 시작하고 더위가 찾아올 기세다. 장마에 지쳤는데, 이제 더위에 시달려야 할 시간이다. 시원한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 가까운 곳에 밀면 맛집이 있다. 동호인야구 경기가 끝나면 가끔 들렀던 집이다. 무더운 여름, 더위와 싸워가며 경기를 끝냈을 때 시원한 밀면 한 그릇이면 몸 안에 더운 열기가 사그라진다. 주당들이 뭉치면 시원한 막걸리까지 한잔씩 나누게 마련이다.


▲ 1인분씩 트레이에 오르는데, 음식 나르는 일도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반찬은 냉면무가 전부다.(사진=장태욱)

정오 무렵에 농장 일을 마치고 고근산 남쪽 ‘찬밀면’으로 갔다. 점심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붐비는데 2시 무렵이어서 손님이 별로 없었다. 직원 대여섯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주문을 하려는데, 키오스크(Kiosk, 무인단말기)로만 주문을 받는다고 해서 놀랐다. 예전에는 없던 장치다.

밀냉면과 비빔냉면을 주로 파는데, 비빔밀면과 비빔밀면 만두세트 각각 1인분씩 주문했다. 비빌민면은 8000원이고, 비빔밀면 만두세트는 1만원이다.

주문을 하고 앉았는데, 7~8분 지나자 벨이 울렸다. 1인분씩 트레이에 올려 나왔다. 서빙도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반찬으로는 무를 얇게 썰어 만든 냉면무 조금이 전부다. 밀면에 맛과 향을 더하라고 접시에 겨자 조금 나온다. 비빔밀면 만두세트에는 시중에 파는 만두 3점 더 나오는 게 전부다.


▲ 비빔밀면. 면발이 쫄깃한데, 매콤한 소스에 두툼한 수육이 있어 맛이 일품이다.(사진=장태욱)

하얀 밀면에 두툼한 돼지고기 수육과 오이, 삶은 달걀이 고명으로 올랐다. 거기에 붉은색 양념소스, 색깔의 대비가 입맛을 자극했다. 거기에 육수를 얹고 가위로 면을 잘라 비빈 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다. 국수 중면 정도 굵기의 면발인데, 씹는 느낌이 쫄깃해서 좋다. 그리고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소스 맛에 새콤한 소스의 맛이 더해졌다. 매운 맛과 새콤한 맛이 미각을 지배할 때, 두툼한 수육을 한 점 먹으면 자극적인 맛이 금새 사라진다. 참으로 좋은 조합인데, 개인적으로는 육수의 신맛이 강해서 육수를 조금만 넣을 걸하고 후회했다.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자 주인장이 맨 마지막에 점심을 먹었다. 주인장은 밀냉면을 먹고 있었다. 주방에서 방금 삶아 나온 수육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더운 날 돼지고기를 삶아서 썰어 내놓는 것도 모두 주인장의 몫이다.


▲ 세트메뉴에는 만두 3점이 더 나온다.(사진=장태욱)

주인장은 음식장사를 하기 전에는 호텔에서 요리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2009년 음식장사를 시작했고, 2017년부터 지금 자리로 옮겨 밀면을 팔고 있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쫄깃한 식감을 내는 비결을 물었는데, 옆에서 직원이 “그건 사장님의 손맛 비법”이라며, 너무 많은 것을 알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양념소스를 만들 때 고추장은 쓰지 않고 고춧가루를 쓰는데, 다른 첨가물에 대해선 얘기를 하지 않았다.


키오스크는 작년에 처음 설치했다고 했다. 인건비도 많이 들고 종업원 구하기도 쉽지 않아 내린 결정인데, 작년에 그 영향으로 손님이 좀 줄었다고 했다. 올해는 다시 회복되고 있다며, 장사를 해보니 이게 추세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 식당 입구에 셀프 음식점이라고 쓰여 있다.(사진=장태욱)

찬밀면
제주도 서귀포시 신동로 129, 064-733-6466
밀냉면, 비빔밀면, 온밀면 각각 8천원(소), 9천원(대)
세트에 만두는 3천원 추가, 수육은 4천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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