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직접 키워서 김장, 매콤하고 단백한 등뼈묵은지찜은 일품

[동네 맛집 ⑲] 남원읍 오복식당

딸이 며칠 휴가를 내고 집에 왔다. 공항에 마중하고 돌아오는 길인데, 비가 내리고 어둠이 깔렸다. 오는 딸이나 마중하는 부모나 모두 밥 때를 놓쳐 허기가 몰려온다. 비가 내려 몸과 마음이 축축해지는 날, 얼큰한 국물에 따뜻한 밥 한 술 뜨면 힘이 날 것이다.

남원읍사무소 근처에 있는 오복식당을 찾았다. 삼겹살과 국물음식을 파는 집이인데, 여름특선으로 특별히 삼계탕과 자리물회도 내놓는다. 나는 이 식당에서 등뼈묵은지찜을 가장 좋아한다. 돼지등뼈를 푹 고아낸 후 묵은지를 넣고 함께 끓여서 만든 음식이다.


▲ 오복식당 등뼈묵은지찜(사진=장태욱)

등뼈묵은지찜은 대·중·소가 있다. 대는 4만원, 중은 3만원, 소는 2만원이다. 세 사람이라 ‘중’을 주문했다.

찌개요리여서 밑반찬으로는 비교적 간단한 것들이 나왔다. 삶은 양배추와 양파, 오이, 깍두기, 고추장아찌, 깻잎장아찌 등 가정집 냉장고를 열면 나옴직한 찬이다. 그리고 묵은지 쿰쿰한 냄새를 풍기며 큰 냄비에 찜이 나온다. 짙은 붉은색 국물 사이로 등뼈와 묵은지가 뾰족뾰족 모습을 드러내고 파란 대파 조각이 국물 색과 대조를 이룬다. 첫눈에 식욕을 부르는 비주얼이다.

주인장에게 요리 과정을 물었다. 우선, 돼지등뼈에 핏물을 빼고 씻어낸 후 냄비에 넣고 끓인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40분을 더 가열한다. 그리고 주문이 들어오면 묵은지와 양념을 섞어 다시 끓을 때까지 가열한 후 대파를 썰어 올리면 끝이다.


▲ 묵은지는 포기째로 끓이기 때문에 가위로 자르면서 먹는다.(사진=장태욱)

밥은 주문하면 솥밥을 내오는데, 쌀을 씻고 밥을 짓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왔으니,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묵은지는 포기째로 넣고 끓였기 때문에, 먹기 전에 가위로 잘라내야 한다. 묵은지와 국물, 등뼈조각을 접시에 덜어 차례로 맛을 보는데, 국물은 묵은지 쿰쿰한 냄새와 함께 매콤하고 단백하며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주인장은 “묵을지를 만들기 위해 김장을 집적 담그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재배한 고추로 가루를 내어 양념을 한다.”라고 했다. 묵은지가 요리의 핵심이기 때문에 고춧가루부터 직접 챙긴다는 말이다.

등뼈에 붙은 살코기를 떼어먹는 것도 재미다. 등뼈가 쉽게 분리되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숨어있는 고기를 뜯어내며 먹으면 된다. 솥밥이라 밥은 훨씬 고소하다. 밥 한 숫가락 뜨고 묵은지 한 점 두툼하게 올려 먹으면, 밥과 묵은지가 한꺼번에 입속으로 부드럽게 들어간다. 따뜻하고 매콤하며 진득한 맛이 비올 때 먹어 일품이다.


▲ 돼지 등뼈를 푹 삶아 우려낸 국물이 일품이다. 뼈에 붙은 고기 살점을 떼 먹는 것도 재미있다.(사진=장태욱)

이렇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부주하게 움직였더니, 밥 한 솥이 끝났다. 밥을 퍼낸 자리에 남은 누룽지는 따듯한 물과 섞어서 숭늉으로 먹으니 고소하다. 밥을 다 먹었는데도, 묵은지찜이 많이 남았다. 남은 것은 주인장에게 포장을 부탁해서 가지고 왔다. 세 명이 ‘소’를 주문해도 충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 주인장이 쉰다리 한 컵씩 내줬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밥이 남으면 쉬기 전에 쉰다리를 만들어 먹었다. 그걸 이 식당에서 맛보니, 입에 남았던 매운 맛이 싹 가셨다.

영업허가증을 보니, 2023년부터 영업한 것으로 됐다. 오래 전부터 있던 식당인데, 주인장이 작년에 인수해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주변 테이블에선 남자 어르신들이 묵은지찜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소주병이 꽤나 쌓여있는데, 정겨운 대화가 끊임없이 오간다. 주인장에게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주문할 때도 “형님”이라고 불렀다. 인심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지루한 장마철이지만 정겨운 사람들 만나서 술잔 기울일 수 있으면 살만한 인생 아니겠나?

오복식당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182-5번지. 064-764-1795
뼈해장국·소고기 된장찌개 1만원, 김치찌개 9천원
등뼈감자탕·등뼈묵은지찜 소 2만원, 중 3만원, 대 4만원, 솥밥 추가하면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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