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향 듬뿍 삼겹살 구이, 높은 가성비에 장마철 건강까지
[동네 맛집 ⑱] 동홍동 ‘동홍돈’
제주도에 장마가 찾아왔다. 아마도 앞으로 한 달은 습한 날씨와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일찌감치 제습기도 새것으로 바꿨고, 농장에 잡초도 깎아냈다. 즐거운 상상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 맛있는 음식 나누다보면, 이 눅눅한 시간 또한 지나갈 것이다.
네 사람이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뭘 먹을지가 늘 고민인데, 뾰족한 선택이 없으면 여름엔 돼지고기가 답이다. 내 얘기가 아니고 10년 전 쯤에 식약처가 발표한 자료에 그런 내용이 있다. 돼지고기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비타민 B1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를 에너지로 전환해 만성피로를 감소시킨다고 했다.
돼지고기에 상추, 깻잎 등 쌈 채소는 필수라는 내용도 있다. 고기에 부족한 섬유소와 비타민 C를 채워주기도 하고 상추의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이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란다.
식약처의 발표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제주도 사람들은 여름에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 돼지고기에 관련한 추억이 많은데, 그중에 지붕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먹은 일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악몽처럼 잊고 싶은 기억인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맛이 있었다. 식약처가 그 위험한 요리법을 금지하는 내용은 발표했을까?
찾아간 곳은 서귀포시 동홍동에 있는 ‘동홍돈’이다. 주인장이 젊고 친절한데, 음식도 정갈해서 가끔 가는 곳이다. 최근에 메뉴가 바뀌었는데, 돼지고기 삼겹살에 우삼겹이 더해졌다.
돼지고기 삼겹살 4인분을 주문했다. 반찬으로는 계란찜과 갓김치, 그리고 파지와 상추, 마늘 된장 등 기본 채소가 나온다. 거기에 소시지와 미나리, 버섯이 접시에 수북하게 담겨 나왔다. 그리고 불판이 뜨겁게 달궈질 무렵, 돼지고기 삼겹살과 신 김치, 치즈가 나왔다.
삼겹살이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소리, 서서히 식욕에 발동을 걸린다. 거기에 김치와 미나리, 양송이버섯, 소시지까지 올리면 건강에 좋을 것 같은 냄새가 섞여 올라온다. 특히, 고기 향과 미니라 향이 섞이면 기분까지 맑아진다. 채소와 김치, 돼지고기를 함께 익혔으니, 느끼함이 남을 수 없다.
고기가 익을 무렵, 치즈가 끈적하게 녹았다. 노랗게 익은 고기 한 점을 들고 치즈에 찍어 입에 넣었는데, 돼지고기 고소한 맛이 한층 깊어졌다. 그 다음 고기는 된장 찍고 상추쌈, 솔직히 내 입맛은 된장이다.
일행들이 어김없이 술을 주문했다. 이 음식 앞에 어찌 술을 포기하겠나? 술잔을 앞에 두고 얘기를 나누는데, 종업원이 서비스라며 냄비에 된장찌개를 내왔다. 밥을 부르는 풍경이 더해졌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분주해졌으니, 에라 모르겠다. 다이어트는 일주일 연기한다.
동홍돈 :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남로 51
돼지고기 삼겹살 1인분(180g) 1만4000원, 우삼겹 1인분(180g)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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