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입맛, 내 힐링 푸드 짜장면이 5천원

[동네 맛집 ⑰] 동홍동 짜장나라

짜장면,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겐 소울 푸드 같은 음식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먹었는데, 그 첫 번째 한 젓가락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기억 때문에 한때 중국음식 요리사가 꿈이었던 적도 있다.

며칠 전 ‘서귀포시 여성청소년 쉼터’ 2분기 운영위위원회가 열렸다. 회의에 가는 도중에 눈에 띄는 안내문 한 장. 직접 방문해서 먹으면 짜장면을 5000원으로, 고사리짬뽕으로 7000원에 할인해서 판다는 내용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 이 안내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았다.(사진=장태욱)

그 안내문을 기억해뒀다가 오후 늦은 시각에 아내와 함께 그 음식점, ‘짜장나라’로 갔다. 점심 러시가 끝난 시각이라, 홀에 손님이 없었다. 아무말도 안 했는데 주인장은 요즘 잘 팔리는 음식이 짜장면과 고사리짬뽕이라며, 두 가지를 먹어보라고 권했다. 짜장면과 고사리짬뽕이 마치 세트인 것처럼 금새 동시에 나왔다.

이집 고사리짬뽕은 보통 짬뽕이 아니다. 짬뽕에 국물이 없고, 마치 카레처럼 걸쭉한 소스에 면을 담갔다. 짬뽕에는 해물 대신에 고사리와 죽순, 버섯, 대파 등 채소와 닭고기를 넣었다. 채소와 닭고기 덕에 국물에서 단백한 맛이 진하게 올라오는데, 솔직히 너무 맵다. 주인장에게 왜 이리 맵냐고 물었더니, 청양고추를 넣었다고 했다. 짬뽕 마니아들은 좋아할 맛인데, 초딩 입맛인 사람은 먹기 어렵다. 주인장 눈치를 보니 청양고추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 짬뽕인데 국물 대신 소스에 담가 나온다.(사진=장태욱)

짜장면은 면에 춘장을 볶아 버무린 보통의 그 짜장면이다. 면을 소스에 비며 한 젓가락 입에 넣었는데, 쫄깃한 면과 달콤한 소스가 감동이다. 방금 전 짬뽕 청양고추 매운 맛 때문에 입안이 괴로웠는데, 짜장면 한 젓가락에 입술과 혀, 입천, 목젖이 차례로 위로를 받는다. 소스에 든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는데, 쫄깃하고 고소한 게 잘 볶아진 느낌이다. 드라마 대사에 나왔던 대로 ‘짜장면이 내 혓바닥을 잡아당긴다.’ 역시 짜장면은 소울 푸드이면서 힐링 푸드다.

손님이 없는 시각이라 주인장과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래된 가게를 2년 전에 인수해서 어머니와 함께 운영한다고 했다. 음식점 주변에 무료주차장이 없어서 홀을 찾는 손님이 별로 많지 않았다. 결국 배달에 의존하는데, 배달 앱 업체에 주는 돈이 적잖이 부담된다.


▲ 짜장면. 고소하고 달콤한 게 초딩 입맛에는 딱이다.(사진=장태욱)

“음식 만들어 판매해서 배달 앱과 카드사에 수수료 떼고 나면 돈을 벌수가 없잖아요. 생각하면 열도 받고, 그래서 차라리 우리 손님들에게 잘 해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홀 손님에게 음식을 할인하기로 했어요.”

중화요리 음식점이 지금은 어려운 업종이라고 했다. 배달 수수료로 지출하는 돈이 많기도 하고, 해산물과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데 물가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자정까지 영업을 한다. 서귀포시 동홍동 사거리 북쪽 200미터 지점에 있다.

짜장나라 : 제주도 서귀포시 장수로 1 1층, 064-763-9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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