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여름 숲, 스스로를 부양하는 푸르고 우뚝한 것들

굵은 장맛비 멈추고
잠시 길 내어준 틈에
찾아간 이승이오름

바람이 미처 물기 털어내지 못해
나뭇잎과 거미줄에는
물방울이 붙잡혀 있다.

초원 지나
세속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눈앞에는 안개에 뒤덮인
성스러운 세상

짙은 여름 냄새가 밀려오고
무성한 숲의 덮개가
하늘을 가린다.

작가 김훈이 말한 대로
‘먹이를 몸 밖에서 구하지 않고
제 몸 속에서
햇빛과 물과 공기를 비벼서
스스로를 부양하는
푸르고 우뚝한 것들’이
세속에 치진 나를 반긴다.


PHOTO BY 양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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