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향 구수한 국물에 쫀득한 수제비 퐁당, 날 위로하는 감자탕
[동네 맛집 ⑯] 남원읍 서울감자탕
6월이 다 되었는데, 이상하게 밤공기가 차다. 지난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엘리뇨가 물러갈 조짐인가 보다. 절기로는 시원한 음식이 그리워져야 할 텐데, 따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난다.
몸이 원하는 대로 얼큰한 감자탕으로 저녁 요기를 하기로 했다. 남원포구 인근에 있는 ‘서울감자탕’을 찾았다. 남원읍에선 감자탕 집으로는 꽤나 유명한 곳이다.
서울감자탕과 전복해물감자탕, 뼈다귀해장국, 해물등뼈찜 등 4가지 음식을 판다. 뼈다귀해장국은 평소에도 여러 번 먹어봤기에, 서울감자탕을 먹어보기로 했다. 감자탕은 대(大)·중(中)·소(小)가 있는데, 대가 4만3000원, 중이 3만8000원, 소가 3만3000원이다. 세 명이라 중을 주문하려다, 가격 차가 크지 않아 대를 주문했다.
밑반찬으로 채소와 배추김치가 나왔다. 채소로는 오이와 당근, 양파가 나왔고, 배추김치는 생두부와 같은 접시에 나왔다. 배추김치는 담근 지 오래되지 않아 보였는데, 두부 한 점을 김치로 싸서 먹으니 입맛이 돌았다.
그리고 큰 냄비에 감자탕이 나왔다. 감자탕 국물이 붉은데, 그 안에는 여느 감자탕처럼 두터운 돼지 뼈와 감자, 대파가 있다. 거기에 수제비가 들어 있고, 삶은 배추를 고명처럼 올려놓은 게 다른 음식점과 다른 점이다.
냄비를 좀 더 끓여낸 후 국물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얼큰한 국물에서 향긋하고 고소한 들깨 가루의 향이 몰려왔다. 그리고 수제비 한 점 먹었는데, 얇고 쫀득한 느낌이 제대로다.
식당 현수막에 서울 은평의 감자탕 집에서 기술을 전수했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주인장에게 서울감자탕이 프랜차이즈 음식점인지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40년 전에 요리법을 배워서 여태 써먹고 있다는데, 상호에 ‘서울’이 들어 있는 만큼 주인장은 서울 말씨를 썼다.
국물이 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돼지뼈 덩이를 끄집어 올렸는데, 살점은 충분히 익었고 뼈도 쉽게 분리됐다.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에 뼈 살점, 허기와 추위를 달래줄 위로가 그 안에 다 들어있다. 뼈를 때내며 숨어 있는 살점을 찾아 먹는데, 소주 한 잔만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함께 간 두 분이 소주 한 병을 주문해서 나눠 마시는데, 보글보글 감자탕 끓는 소리와 함께 대화도 즐거워진다. 이런 날 운전은 내 몫이 된다.
수제비도 먹고 뼈 살점과 감자까지 다 먹으면,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마지막 절차가 남았다. 주인장이 냄비를 가지고 간 후 밥을 넣고 볶아서 도로 가져왔다. 며칠 전부터 탄수화물을 줄이겠다며 다이어트 의지를 다녔는데, 이 볶음밥 앞에서 그 의지는 애초에 무너질 운명이었다.
가게를 나오는데, 바닷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감자탕 따뜻한 국물이 바람마저 데웠을까?
서울감자탕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태해안로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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