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삼겹살? 소비습관에 기름기 빼면 오겹살 1인분 1만3000원
[동네 맛집 ⑮] 공천포솥뚜껑
제주도 비계삼겹살이 열흘 넘게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비가 올린 글이 화제인데, 수많은 언론이 부화뇌동하고 있다. 피해를 당했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일에 수많은 언론이 떠들고 도지사까지 나서서 입장을 발표하는 건 조금 우습다.
피해 소비자가 커뮤니티에 올린 영수증을 보니 흑돼지뼈겹살이라는 메뉴가 두 종류인데, 1인분에 각각 5만7800원과 7만9400원이다. 이쯤 되면 그런 비싼 음식을 찾아다니는 자신의 소비 습관과 안목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비싼 게 좋은 건가? 비싸도 결국은 돼지고기는 돼지고기일 뿐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1인분에 5만원 넘는 돼지고기를 찾아다니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1인분에 1만5000원 미만으로 기준을 맞추는 소비가도 많다. 음식점 메뉴와 요리법, 가격 등이 천차만별인데, 유명세에 휘둘려 가성비를 포기하면 ‘호갱’ 된다. 제주도에서 생활하려면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가게 추천도 받고 소비를 지혜롭게 할 필요가 있다. 삼겹살에 비계 못지않게 허세의 기름기도 생활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가성비를 우선 고려하면 자신 있게 내놓을 고기 집이 몇 있는데, 공천포솥뚜껑이 대표적이다. 특히, 점심 메뉴로는 최고다.
돼지고기 구이와 두루치기가 이 집 대표 메뉴다. 200그램 1인분 기준으로 흑돼지오겹살이 2만원, 백돼지오겹살이 1만5000원이다. 두루치기는 1인분에 1만원이다. 이 정도면 그냥 비싸지 않은 수준이다.
그런데 백돼지오겹살을 점심에는 1만3000원에 판다. 점심 특선인데, 그렇다고 고기의 질이 떨어지거나 반찬이 부실하거나 하지 않다. 저녁 가족회식을 점심 회식으로 당기면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지 않겠나? 그렇다고 점심에 손님이 몰리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저녁 손님이 점심보다 훨씬 많다. 오겹살은 소주를 곁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만큼, 음주가 자유로운 저녁에 손님이 붐비는 건 자연스럽다.
점심에 백돼지오겹살 2인분을 주문했다. 주인장이 바로 생고기와 함께 양파, 버섯, 콩나물무침, 김치, 소시지를 내오고 솥뚜껑 불판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고기와 함께 비계 조각이 나오는데, 그걸로 불판을 문질러야 한다. 불판에 돼지 비계로 기름칠을 해 놓아 고기를 구울 때 달라붙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오겹살은 밝은 선홍색을 띠어서 신선도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 불판에 고기와 배추김치, 콩나물무침을 올려놓으니 뜨겁게 달궈진 판 위에서 각기 제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소리가 군침을 부르고 식욕을 당긴다. 익어가는 고기에서 흘러나온 기름기와 뒤섞여 배추김치와 콩나물무침이 새로운 맛을 낸다.
팬 위에서 이것들이 익어갈 무렵 주인장이 반찬 세트와 상추, 쌈장이 내온다. 반찬은 미역무침, 오이무침, 호박무침, 마늘장아찌, 방풍나물장아찌, 옥수수샐러드 등이다.
솥뚜껑불판은 가운데가 높기 때문에 고기에 기름이 고이지 않는다. 그리고 불판이 두껍기 때문에 한 번 가열되면 온도가 잘 변하지 않아, 고기가 일정하게 익는다. 갈색으로 고소하게 익어나온 돼지고기 한 점을 상추에 싸서 양념장 발라 먹으면,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맛이다. 거기에 익은 김치와 콩나물무침을 한 젓가락 먹으면 매콤한 맛이 돼지고기의 밋밋한 맛을 덮어준다.
벽에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사는 게 다 고기서 고기지’라는 문구가 붙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는 아니어도, 스테레스는 제로 아니겠나? 맛있게 먹고 마음까지 흐뭇하면 하루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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