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一期一會), 이 길 위에는 날마다 새롭다
법정스님은 ‘오늘 우리의 삶도 단 한 번이고, 지금 이 순간도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 또한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 라고 했다. 유명한 ‘일기일회(一期一會)’ 법문인데,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3월 초인데 한파가 다시 돌아온 일요일, 이른 아침에 짐을 챙겼다. 오랜만에 마보기오름과 서영아리를 올랐다. 전날 내린 눈이 숲길을 얇게 덮었는데, 나를 위해 카펫을 깔아준 것처럼 설레는 풍경이다. 파랗게 이끼 낀 하천 바위 위를 하얀 눈이 덮어 풋풋한 대비를 이룬다.
오름 정상에 서니 두터운 구름 틈을 뚫고 빛기둥이 부채 모양으로 내려온다. 들판 너머에 병풍같이 펼쳐진 오름 능선이 저 새벽햇살을 받고 불끈거리며 춤을 출 듯하다.
일기일회라는 말이 생각났다. 평생에 단 한 번 이뤄지는 만남, 오늘 우연히 만난 그 경치가 그랬다. 초행의 풍경도 다시 만나는 풍경도 늘 새로운 모습이다. 내가 걷는 모든 길은 늘 새롭고, 그래서 신비롭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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