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숨이 백서향 향기를 빨아 당길 때, 난 숲이 됐다

‘숲은 우거져서 펼쳐지고 숨은 몸 안으로 스미는데 숨이 숲을 빨아 당길 때 나무의 숨과 사람의 숨이 포개진다.’

작가 김훈이 수필집 ‘자전거 여행’에 숲을 칭송하며 남긴 문장인데,
제주도 곶자왈의 충만함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문장을 찾기도 어렵다.

설 연후에 서광 오설록 티뮤지엄을 출발해 저지곶자왈을 거쳐 문도지오름을 올랐다.
저지곶자왈 초입에 들어서자 서늘하지만 잔잔한 기운과 함께 백서향 맑은 향기가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내 숨이 백서향 맑은 향기를 빨아 당길 때 비로소 곶자왈과 내가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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