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모르, 1918년 항일투쟁과 1948년 제주4·3을 관통한 땅
[한상봉의 ‘제주도 화전] (54) 영남동 화전민(4)
영남동 산록도로 위쪽 약 1km 쯤에 코뻬기마을이 있었는데, 거기에 김 씨와 이 씨 집안이 살고 있었다. 김 씨 집안사람 중에는 법정사무장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애국지사 김두삼(당시25세)도 포함됐다.
그리고 또다른 김 씨 집안이 있었다. 용흥리 김인수(1934생)의 족보를 보면 가계는 고조부 김광욱(光旭) - 증조부 김여수(如水) - 조부 김정행(正行:1834생-1938) - 부친 김을생(乙生1892-1924)- 본인 김인수(仁洙1934-)로 내려온다.
증조부 김여수는 제주시 산지천 동문로터리 부근에 살면서 조천관까지 말을 타고 출퇴근하며 녹(祿)을 먹었다고 한다. 김인수의 아버지 김을생이 코뻬기화전 영남동 492번지에 살았던 사실이 1914년 지적원도에서 확인된다. 부친은 이곳에 밭 3필지를 가지고 있었다.

김인수는 할아버지 묘를 찾아 제주시를 돌아다닐 때 지역 어르신으로부터 조천관 후손이란 얘기를 들어서 증조부 김여수가 조천관에서 녹을 먹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조부 김정행 때 집 안에 불이 나며 모든 게 다 타버리자 증조부를 모시고 현 어점이주둔소 인근 코뻬기화전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부친 김을생도 화전에서 출생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볼 때, 김인수 선대는 1800년대 중후반에 코빼기 화전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곳엔 이상훈의 할아버지(이기순을 이르는 듯)도 함께 살았다고 한다. 구술자 김인수가 부친에게 들은 바로는 이상훈의 할아버지는 육지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한편, 김인수 본인은 4‧3시기 어점이주둔소에서 경찰 협조원으로 근무를 했다. 어점이주둔소는 그의 할아버지가 살았고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다. 제주4·3 때 화전민을 생활터전에서 내몬 게 군인과 경찰인데, 정작 본인은 경찰의 협조원으로 근무하게 됐으니 참으로 모진 인연이다.
이외 고뻬기화전엔 강기홍(姜基弘)이란 사람이 살았다는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이주했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았다. 고뻬기화전지에서 동남쪽 영남동으로 이동하는 선상에 두 채의 집이 1918년 지형도에 보이는데 ‘땅궤’ 지역으로 물을 이용했던 터와 울담이 남아 있다.

■ 서치모르(영남동)화전
‘서치모르’는 지금의 영남동 마을 고유지명을 이른다. 지도에는 한자를 빌어서 쓴 세초지(細草地)라는 이름으로도 기록됐다. 역사적으로 영남동 서치모르는 1918년의 법정사항일운동과 1948년의 4‧3사건과 관련하여 알려진 화전마을이기도 하다.

법정사항일운동의 영남동 마을 출신은 다음과 같다.
영남동에서 북쪽으로는 산록도로가 지나며 산록도로 서쪽 ‘또꼬리동산’을 내려오면 아이브 리조트를 지나 영남동 마을 중심지로 들어올 수 있다. 그 동쪽에는 판관화전으로 오르내리던 길도 있고, 마을의 북쪽엔 ‘이성방동산’이 자리한다. 이 동산 숲에 안으로는 옛 어른들이 살았던 살레왓이 잘 남아 있어 당시 화전이 마을터의 남쪽과 북쪽에 걸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상봉 : 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시간이 나는 대로 한라산을 찾아 화전민과 제주4.3의 흔적을 더듬는다.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제주의 잣성」,「비지정문화재100선」(공저), 「제주 4.3시기 군경주둔소」,「한라산의 지명」, 「남원읍 화전민 이야기」등을 출간했다. 학술논문으로 「법정사 항일유적지 고찰」을 발표했고, 「목축문화유산잣성보고서 (제주동부지역)」와 「2021년 신원미확인 제주4.3희생자 유해찿기 기초조사사업결과보고서」, 「한라산국립공원내 4.3유적지조사사업결과 보고서」등을 작성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상봉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