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신품종 발굴 33년, 이렇게 뜨거운 적은 없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센터 12일, 신품종 ‘미래향’ 형장평가회
감귤연구센터가 발굴한 신품종 현장평가회가 12일 오후 열렸다. 발굴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품종이어서 시험포장에서 올해야 처음으로 수확되는 품종이다. 평가회에 농민과 묘목업자 등 수백명이 참석해 신품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행사를 주최한 감귤연구센터 관계자는 농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반갑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센터(센터장 안현주, 이하 센터)가 12일,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신품종 ‘미래향’ 형장평가회를 개최했다. 농민 200여 명이 참석해 감귤 신품종에 대해 관심을 드러냈다.
품종 개발을 주도한 박석만 연구사 미래향 품종 육성 내력과 풍종 특성을 설명했다. 박 연구사는 “감귤연구센터가 지난 1991년부터 감귤육종을 시작한 이래 27개 품종을 발굴했는데, 오늘처럼 농가 반응이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라며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2000년대까지 연내 수확이 가능한 만감류로는 향금향이 유일했다. 그런데 향금향은 당도나 낮고 껍질 벗기기가 어렵다는 약점이 있었다. 센터는 향금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9년에 향금향을 흥천병과가 교배해 교잡종을 만들었다. 2016년에 첫 열매가 착과했고, 이 개체를 평가한 후 2019년에 1차 선발을 마쳤다.
박 연구사에 따르면, 미래향은 수세가 강하고 직립성인데 가시가 없다. 꽃이 많이 피는데, 다른 감귤과 비교해 생리적 낙과율이 낮다. 일반적으로 감귤의 생리적 낙과율은 80~90% 정도인데, 미래향은 45% 남짓하다. 만감류 중에서는 중소과형이고 대과는 과실이 싱거워진다. 적정 수확기는 12월 중·하순이고, 수확기 당도는 12브릭스 내외, 산함량은 1.1% 정도다.
박 연구사는 “노지재배 가능성에선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라며 “다만, 노지에선 궤양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정확한 방제력이 나올 때까지는 노지재배를 미루는 게 좋겠다.”라고 말했다.
미래향 시험 포장 재배 농민인 양민웅 씨는 “미래향을 재배해보니 수세는 강하고, 유엽과율이 매우 높다. 그리고 생리낙과가 매우 적기 때문에 7월까지는 적과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착색은 황금향보다 늦어, 11월 초순부터 착색이 된다.”라고 말했다.
양민웅 씨는 “착과량이 많으면 수세가 약해지는 건 당연한데, 그러면 열과 피해도 커진다.”라며 적정 착과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궤양병과 총채벌레”라며 “궤양병과 총채벌레 방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민웅 씨는 “당도는 13브릭스를 목표로 했는데, 아직 12브릭스 정도다.”라며 “내년에는 당도를 높이기 위해 9월에 단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설명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미래향 포장 하우스를 둘러보며 나무와 열매의 결실 상태를 확인했다. 참가자 가운데는 “미래향이 다른 만감류와 달리 열매 매달기에 인력이 별로 들지 않아 좋겠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과실 모양이나 크기 등을 감안하면 선물용 고급 과일로 인정받기 어렵겠다.”라고 평하는 이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미래향 과일을 시식하고 설문을 작성하는 것을 평가회를 마무리했다.
센터가 밝힌 대로 그동안 연내 수확이 가능한 만감류로는 향금향이 유일했다. 그런데 황금향은 당도가 일반 조생온주보다 높지 않아 고급 감귤로 인정받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올해산 황금향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싸늘해 농가가 애를 먹었고, 재배를 포기할 뜻을 밝히는 농가도 나오고 있다.
올해 기승을 부린 레드향의 열과 피해도 심각한 농가 피해도 대두됐다. 8월 이후 10월까지 열과피해가 발생하면서, 수확할 열매가 남지 않았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급기야 정치권이 나섰고 정부가 나서서 피해 구제를 할 뜻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신품종 평가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황금향 혹은 레드향 재배농가 가운데 다른 품종으로 갈아탈 것을 고민하는 농가들이 이날 현장평가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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