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홍어요리 먹는 날, 네 번 놀랐다
[동네맛집 ①] 중앙동 ‘올레보쌈’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다. 장소가 ‘쌈박집’이라고 했다. 술꾼 여럿이 끼는 자리라, 술안주를 염두에 둔 선택이겠거니 했다.
6시30분 약속인데 5분 전쯤에 도착했다. 그런데 입구에 이르러 처음 놀랐다. 초저녁인데도 테이블마다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장소를 선택한 이는 “예약을 안 하면 자리를 잡기 어렵다”라고 했다. 실제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 무리도 있었다.
이날 우리 일행이 선택한 음식은 ‘굴+홍어+보쌈’이다. 예약한 이가 정한 음식인데, 사실 난 굴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홍어 냄새는 여전히 역겹다. 여행 삼아 광주 양동시장과 나주의 홍어거리를 가보기는 했지만, 홍어를 입에 대보지는 않았다. 결국 굴이나 몇 점 먹고 떨어져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런데 직원이 반찬을 내올 때, 두 번째로 놀랐다. 만두와 새우튀김, 김밥, 굴, 샐러드, 겉절이가 상위에 오르는데, 이건 반찬 세트가 아니라 잘 준비된 식사 한 상이다. 만두는 새우 한 마리와 고기․채소 등으로 속을 채우고 얇은 피로 감싼 후 쪄낸 도톰한 물만두다. 김밥은 고기와 달걀, 시금치, 당근, 소시지 등으로 속을 꽉 채우고 비스듬하게 썰어 내놨는데, 맛과 식감이 맛집으로 알려진 분식집의 것 못지않다. 굴은 빛깔이 밝고 선명한 게 보기에도 제철임을 자랑한다. 역시 손님이 줄을 설 만한 솜씨와 정성이다.
처음 나온 음식을 다 먹을 즈음에 넓은 소쿠리에 세트 음식이 나오는데, 세 번째로 놀랐다. 홍어회와 돼지고기 수육, 굴회에 배추김치와 무채가 나왔다. 거기에 양념으로 새우젓과 쌈장, 회고추장. 전라도에선 홍어회와 돼지고기 수육, 김치를 묶어 홍어삼합이라 부르고, 음식의 최고라 친다. 그런데 이 집은 홍어삼합에 굴회가 더해졌고, 김치에 무채까지 더해졌다.
상치에 수육 한 점과 굴 한 점을 올려놓고, 쌈장과 김치, 무채를 조금씩 얹고 먹으니 단백한 맛에 신선한 느낌이 몸에 스민다. 그렇게 그 맛에 빠져 쉬지 않고 젓가락질을 하는데, 주인장이 서비스라며 홍어전 한 접시를 내놨다.
‘홍어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홍어전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한 점 입에 넣고 씹었는데, 암모니아와 같은 퀴퀴한 냄새와 미지근한 느낌이 콧등을 넘어 머리끝까지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홍어회보다 홍어전 먹었을 때 자극적인 냄새가 빨리 올라온다고.”
홍어 마니아인 형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홍어전을 먹었다면 홍어회쯤은 먹을 수 있다는 권유 내지는 유혹이다. 그리고 홍어전 한 점 더 먹었는데, 처음보다는 퀴퀴한 냄새가 덜 한 것 같았다. 그렇게 난 홍어에 한 발 다가섰다.
세트음식 마무리는 비빔밥인데, 워낙 음식이 많아서 비빔밥은 모두 포기하고 왔다.
어떻게 이런 음식점을 곁에 두고도 몰랐을까? 주인장에게 언제부터 장사했는지 물었는데 “올해 4월에 개업했다”라고 답을 듣고 네 번째로 놀랐다. 개업한지 8개월 만에 이렇게 정갈한 음식을 내오고, 손님 줄을 세울 정도의 내공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주인장은 오래 전에 인천에서 음식장사를 해봤다고 간단하게 답할 뿐. 전라도 음식의 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앙동주민센터 앞 ‘올레보쌈’, ‘굴+홍어+보쌈’ 4인 기준 6만원이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