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옹기박물관, 1년 더 가봅시다”

제주옹기굴제 굴항망제, 27일 오후 무릉리 고바치노랑굴에서 열려


바람이 거칠게 부는 주말, 무릉리에서 해녀공연이 흥겹게 열렸다. 제주옹기의 발전을 염원하는 굴항망제가 열렸는데, 축제에 아쉬움이 묻어 있다. 두 분 옹기장의 연세가 구순을 바라보는데, 옹기박물관 건립 사업은 표류하고 있어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런 아쉬움까지도 노래와 젯밥 나눔을 통해 즐거움으로 만들어낸 축제였다.




제15회 제주옹기굴제가 27일 오후, 대정읍 무릉리 고바치노랑굴 일대에서 막이 올랐다. ‘왁자지껄 옹기꽃이 피엇수다’라는 부제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사)제주전통옹기보존회와 무형문화제 제14호 제주도옹기장이 행사를 주관하고,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3시에 축제의 주제를 담은 굴항망제를 열어 잔치의 시작을 알렸다. 도두어촌계 소속 해녀공연단이 참가해 축제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2시30분 무렵에 해녀공연단은 길트기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무대에서 오돌또기를 포함해 해녀들의 노동요와 마당극을 펼쳤다. 해녀공연단 대표는 “과거 해녀들은 고된 물질이 끝난 뒤에 집으로 돌아와 허벅에 물을 긷고 돌아와서야 하루의 노동이 끝이 났다”라며 “제주해녀야 말로 제주옹기와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살았다”라고 말했다.

제주옹기발물관 허은숙 과장은 “해마다 굴할망제를 치를 때면 바람이 불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바람이 분다”라며 “바람이 부는 가운데도 제주 옹기를 보전하는 마음을 담아 굴항망제를 올리자”라고 말했다.

3시에는 노랑굴 앞에서 제상을 차리고 굴항망제를 지냈다. 굴항망제는 굴(가마)을 지키는 여신(할망)에게 그릇이 깨지지 않고 잘 구워지게 도와달라고 염원하는 기원제인데, 오롯이 불대장의 몫이었다. 불대장이 제를 올린다고 미리 알려주면 다른 도공장이 참석하지만, 모르고 지나는 경우도 많았다.

제주도에 옹기장으로 지정된 고달순 불대장이 지난 2020년 별세해 현재 공석인데, 전수조교인 김서진 불대장이 제를 준비해 올렸다. 김서진 불대장은 축문을 통해 “제주 굴항망제가 15년을 맞았는데, 제주옹기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굽어살피옵소서”라고 염원했다.

김서진 불대장 뒤를 이어 부창래 옹기장과 이윤옥 질대장이 함께 절을 올렸다. 그리고 나머지 참석자들도 차례로 뒤를 이었다.

허은숙 관장은 “우리가 옹기굴제를 여는 이곳이 과거 불대장이던 고홍수 선생이 옹기박물관 건립을 위해 기증하신 땅인데, 최근 여러 가지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라고 말한 뒤, “10년 노력이면 박물관이 들어설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올해까지 못했으니 내년에라도 건립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더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

굴항망제가 끝난 뒤 굴밥나눔이 이어졌다. 과거 배가 고프던 시절, 굴항망제가 끝나면 모인 사람들이 젯밥을 한 숟가락씩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것이 축제의 모티브가 됐다. 사람들은 그릇이 아닌 상치 위에 밥과 반찬을 얹고 즐거운 표정으로 나눠먹었다.

허은숙 과장은 “과거 제주옹기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굴계를 결성하고, 굴계가 굴(가마)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힘든 일을 함께 했다”라며 “제주옹기를 만드는 과정에 제주 공동체의 협동정신이 스며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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