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에 응시한 만학 어르신 “아버지만 계셨어도”

2024년 1회 검정고시 6일 중앙여중에서 열려, 오석학교 학생 19명 응시

6일은 검정고시가 열리는 날입니다. 수험생들에겐 긴장되고 설레는 날이지요. 오석학교 학생 19명도 시험에 응시해 그간 노력한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자원봉사 교사 17명이 고사장 입구에서 학생들을 응원했는데,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시험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았는데, 긴장이 돼서 문제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 오석학교 자원봉사 교사들이 고사장 입구에서 학생들을 응원했습니다.(사진=장태욱)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도 제1회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가 6일 제주중앙중학교(제1 고사장), 서귀중앙여자중학교(제2 고사장), 제주교도소(제3 고사장), 제주소년원(제4 고사장) 등 4곳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검정고시에 제주도에서 초졸 23명, 중졸 80명, 고졸 324명으로 총 427명이 접수했습니다. 11세 초졸 과정 응시자부터 84세 고졸과정 응시자까지 다양한 학생이 시험에 참가했습니다. 서귀중앙여자중학교에서도 108명의 학생이 긴장된 모습으로 시험을 치렀습니다.

오석학교에서도 초졸 과정 5명, 중졸 과정 9명, 고졸 과정 5명 등 총 19명이 응시했습니다. 대부분 어려서 공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라 시험이 생소하고 긴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영진 교장을 포함해 자원봉사 교사 17명이 고사장 입구에 모여 입실하는 학생들에게 커피와 사탕, 펜, 수험표 등과 함께 덕담을 전하며 응원했습니다. 시험이 오후까지 이어지는 중졸 과정과 고졸 과정 수험생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해, 점심시간에 나눠드리기도 했습니다.


▲ 학생들에게 나눠준 간식 봉지. 김승남 교무부장이  준비했습니다.(사진=장태욱)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대체로 시험이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글을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한 어르신들이니, 시험이 쉬울 리가 없겠지요. 최OO 학생은 “시험지를 받았는데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문제가 배운 건지 안 배운 건지도 모르겠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원OO 학생은 “어제 밤에 집에서 시험공부를 했는데, 거기서 몇 개 건졌다”라며 “그런데 갈수록 공부가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학생이 팔순을 바라보고 있어서 공부가 어렵다는 건 솔직한 말씀이지요.


그런데 고사장을 나가면서, 원OO 학생이 “아버지가 나를 무릎에서 내려놓지 않고 키웠는데, 9살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내가 학교는 다녔을 것이다”라며, 야속한 세월에 대해 참았던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최OO 학생은 “9살이면 아버지 얼굴이라도 봤을 거 아니냐. 난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없었다”라고 받아칩니다.

불우한 환경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쳐버린 회한이 깊이 묻어나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공부하는 것이겠지요. 어르신 학생들은 이번 불합격하면 다음 시험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규학교 배움의 기회를 놓치게 된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정규학교 밖에서 배움의 기회를 이어가려는 열정은 높이 삽니다. 검정고시에 응시한 모든 수험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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