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착한 오겹살, 눈과 귀까지 행복하다

[동네 맛집 ⑫] 하례2리 ‘도우미식당’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 인근에 늘 손님이 붐비는 식당이 있다. 메뉴는 ‘오겹살 정식’ 한 가지인데, 늘 손님이 가득하다. 홀에도, 마당 별관에도 손님이 있다.

지난 11일, 주민자치 분과활동으로 위원들과 하례2리를 찾았다. 분과모임에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교통약자 형이 있어서 식당 선정이 쉽지 않았다. 여러 곳을 알아보다 선택한 곳이 ‘도우미식당’이다. 홀에는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데, 마당 별관에는 들어갈 수 있다. 별관이라지만, 연탄깡통테이블 세 개가 놓인 천막이다.


▲ 도우미식당 오겹살 정식(사진=장태욱)

식당 주인은 몸이 불편해 한 달 동안 문을 닫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방문한 날이 한 달 휴업을 끝내고 영업을 재개한 날이다. 젊은 주인장은 “오랜만에 문을 열어서 손님이 올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데 우리가 자리에 앉은 동안에도 손님이 계속 몰려왔다. 그동안 문을 닫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사람도 있고, 문을 열기만 기다렸다는 손님도 있다. 이 근처에서 ‘도우미식당’이 차지하는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단품식당이라 ‘오겹살 정식’을 주문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돼지고기 오겹살과 함께 김치와 양념채소, 어묵볶음, 상추, 마늘, 멜젓 등 반찬이 나왔다. 양념채소는 얇게 썬 대파와 무채, 콩나물을 매운 양념에 버무린 것이다.


▲ 1인분에 1만3000원이다. 연탄불로 고기를 익혀냈다.(사진=장태욱)

우선 불판 위에 오겹살을 올리고 연탄불로 익혔다. 오겹살의 한쪽 면이 노랗게 익을 무렵, 양념채소와 어묵볶음을 불판 위에 넣고 익혔다. 어묵은 불판 위에서 한 번 더 익히면 부드러운데, 고소한 맛을 낸다.

불판 위에서 오겹살과 양념채소가 익어가며 제각기 자기 소리를 내는데, 소리가 하이 톤에 이를 무렵에 가위로 오겹살을 잘라내면 젓가락질이 분주해진다.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들고 가열된 멜젓 국물에 찍어서 입에 넣으면 고소한 고기 향과 짭조름한 맛이 함께 몸 안으로 스민다.




이때 쯤 밥과 된장국이 나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수저를 상추 위에 넣고 고기 한 점에 익힌 양념채소를 얹어 먹으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의 조합에 완벽한 ASMR까지. 이건 행복의 끝판왕이다.

장사를 오래 한 탓에 손님과 주인 구분이 모호하다. 마을 주민들이 찾는 음식점이라, 손님으로 왔다가 분주할 때 써빙을 돕는 사람도 보인다. 사람들이 식당에 정을 붙이는 이유 가운데, 착한 가격도 한 몫 한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시대인데, 삼겹살 1인분(180g)에 밥과 국까지 주고 1만3000원이다. 찾는 사람이 많아서 예약을 안 하면 그냥 돌아와야 할 때도 있다.

식당 마당에 자라는 나무와 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봄이라 화초와 꽃나무가 저마다 새순과 꽃으로 자신을 뽐내고 있다. 이 아름다운 정원은 주인장 아버지의 작품인데, 마당 입구에 자라는 오래된 동백나무에 얽힌 사연이 재미있다.


▲ 주인장 아버지가 죽어가는 동백나무를 살려내는 응급처치를 한 덕에 나무가 푸르게 되살아나고 있다.(사진=장태욱)

나무는 원래 남의 집에 있던 것인데, 늙어서 죽어가고 있었다. 주인장 아버지가 본인이 돌보겠다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식물계의 ‘허준’ 경지에 오른 아버지는 갖은 ‘의술’을 베푼 끝에 나무를 건강하게 살려냈다. 나무 밑둥 부근에는 죽어가는 가지에 수분이 빠지지 않도록 응급처치를 한 흔적이 보인다. 동백나무는 상처를 극복하며 아름다운 꽃까지 피우게 됐다.

주인장은 “식당 홍보는 안 해도 좋고, 시간 날 때 가끔 밥 먹으러 와 주면 고맙다”라고 했는데, 어찌 이런 음식점을 홍보 안 할 수가 있겠나? 서귀포농업기술센터나 그 주변 상효동, 하례2리를 지나는 사람은 ‘도우미 식당’에 가면 행복을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위치는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동로 7407. ‘오겹살 정식’ 1인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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