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현 중심 성읍마을, 21세기 전통문화 심장으로 부활

성읍민속마을 전통민속 재현축제에서 제주목사 순력 행차 화려하게 재현

성읍리에 정의현이 들어선 지 6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화려하게 열렸다. 주민 150여 명이 참여해 제주목사 순력을 화려하게 재현했고, 반별로 무대에 올라 마을에 전하는 전통민속을 구성지게 공연했다. 조선시대 정의현의 중심지가 21세기에 전통문화의 심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 주민 150여 명이 참가해 제주목사의 순력 행차를 잘 재현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제29회 성읍민속마을 전통민속 재현축제 ‘600년의 역사 일천년의 미래’가 3일부터 5일까지 성읍민속마을 남문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성읍1리와 성읍민속마을보존회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한다. 정의현성 600주년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 성읍 정의현성 600주년 축제 김철홍 성읍1리장)도 꾸렸다.

이번 행사는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 목사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서 모티브를 찾았다.

탐라순력도는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주도 전역을 순력하고 행사를 여는 장면을 화공 김남길이 그린 제주 유일의 풍속화첩으로, 당시의 풍광과 풍속 등을 총 43면에 담고 있다. 그 가운데 정의현과 관련해서는 「정의조점」과 「정의양로」, 「정의강사」등 그림 세 점이 있다.




■ 제주목사 순력행차

정의조점은 목사 일행이 정의현성에서 제반사항을 점검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이다. 그림에는 제주목사가 순력일행과 함께 정의현서 안으로 들어가 장병과 곡식, 말, 소 및 민가 등을 점검하는 그림이 있고, 그림 하단부에 관련 내용을 글로 기록했다.

그림에는 정의현성, 달산봉수의 위치와 읍외촌, 궁산촌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정의현성은 성곽이 둘러쳐지고 동문, 서문, 남문이 세워져 있으며 그 중심지에 객사가 자리 잡고 있다. 성 안의 민가들은 병고 남쪽과 서쪽에 밀집되어 있으며 성 밖의 민가 또한 성의 남쪽에서 서쪽에 밀집되어 있다.

이형상 목사는 임오년(1702) 11월 2일에 정의현을 방문해 민호는 1,436호이며, 전답은 140결이다. 성장(城將) 2인, 치총(雉摠) 4인, 성정군 664명과 제반군기는 물론 목자와 보인 190명, 말 1,178필, 흑우 229수, 창고의 곡식 4,250여 석을 점검한 내용을 글로 기록했다.


▲ 대취타 연주로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사진=장태욱 기자)

이번 축제의 백미는 제주목사 순력 재현행사. 탐라순력도에 이형상 목사 일행이 말을 타고 정의현에 이르는 과정을 주민 150여 명이 화려하게 재현했다. 주민들은 각자 군병이나 아전, 기생, 군악대 등의 복장을 차려입고 순력길에 동참했다. 특히, 군악대는 전통악기로 대취타를 연주해 축제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 민속재현

주민들은 각 반별로 지역의 전통문화를 재현하는 공연도 펼쳤다. 특히 4일에는 마을에 상(喪)이 났을 때 펼쳤던 장례풍습을 재현하는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주민들은 상여를 메고 장지로 이동하는 행렬과, 장지에서 시신을 땅에 매장하고 달구질을 하는 장면을 마당극 형식으로 펼쳤다.


▲ 주민들이 반별로 전통민속을 재현하는 공연을 펼쳤다. 상여를 메고 장지로 이동하는 장면을 담은 공연이다.(사진=장태욱 기자)


“우리어멍 날 낳을 적에/ 영화를 보려고 낳았건만/ 영화는 영화는 간 곳이 없고/ 전생 팔자가 비복도 호연”

주민들은 대사 중간에 구슬픈 민요로 인생 희노애락의 덧없음을 토해내기도 했다.

또, 시신을 매장한 후 복친이 지나치게 크게 울며 슬픔을 과장하자 옆에서 “살아 실 때 잘허주, 무사 경 크게 울엄서. 조그마니 울어 게”하면서 핀잔을 주자, 객석에서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또, 두 딸이 장례에 참여한 이웃들을 접대하는 ‘피력’을 베푸는데, 집안 대표가 “난산리 양촌 부잣집에 시집간 두 번째 딸이 장만한 피력에 만디떡도 이신디, 막걸린 어서?”라며 “너미 단촐허다”라고 나무라는 장면도 나온다.

주민들은 장례의 슬픔 속에서도 공동체의 힘으로 장례를 치러내는 장면을 건강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슬픔을 과하지 않게 억제할 뿐만 아니라, 피력을 통해 이웃의 도움에 물질로 보답하려는 공동체의 풍습을 잘 표현했다.




정의현성에서 치러진 노인잔치 광경을 담은 ‘정의양로(旌義養老)’, 활쏘기 시험 장면이 담긴 ‘정의강사(旌義講射)’ 등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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