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어디? 사기꾼 빼고”, 아마추어가 나서야 한다

[칼럼] 장태욱 대표기자



영화 ‘부르진 화살’에서 교수 김경호가 변호사에게 남긴 “대한민국에 전문가가 어디 있어? 사기꾼 빼고”는 천촌살인의 대사로 기억된다. 도대체 전문가의 입과 의견을 빌려서 해결되는 문제가 얻고, 얻어지는 진실이 없으니 답답해하는 시민의 속을 궤뚫는 대사였다.

그런데 일찍이 미국에서 전문가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기꾼으로 진단한 사람이 있다. 대니얼 부어스틴(Daniel Boorstin, 1914~)인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양심 같은 건 쓰레기통에 처박고 용역사업에만 몰두하는 현실에서 그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대니얼 부어스틴은 미국의 역사가이자 저술가였다. 하버드와 옥스퍼드에서 수학하고, 하버드에서 강의를 했지만 늘 자신을 아마추어라고 규정했다. 아마추어라는 단어를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정부는 곧 아마추어 정부’라고 확신하기까지 했다.

현재 아마추어는 미숙하다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라틴어 ‘좋아하는 사람’에서 사람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부어스틴이 일생을 두고 아마추어를 강조했던 이유도, 아마추어의 어원이 ‘좋아하는 사람’, ‘좋아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에서 강사로 일을 하면서 20권이 넘는 책을 썼음에도 자신을 ‘아마추어’라고 규정했다. 자신이 법학을 공부했음에도 역사가로 활동했는데, 지적 허영에 빠지는 것을 늘 스스로 경계했다.

‘나는 지식을 가장했을 때 얻는 고통보다 무지에서 오는 고통이 훨씬 적다는 것을 알고 있다.(I have observed that the world has suffered far less from ignorance than from pretensions to knowledge.)’

그는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이 지식을 과장했을 때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아마추어로서 역사학을 공부하는 동안 지키고자 했던 금도가 있었는데, 매우 많은 것을 제안하는 척 하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를 배제하고 남의 제안에 귀를 닫는 것은 사기꾼이 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 지식의 한계를 고백하는 방법으로 아마추어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마추어는 처음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이들이 나서면 정부가 모든 올바른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폭정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992년 발표한 에세이에서 아마추어 정신에 위협을 주는 두 개 특권 그룹이 있다며, 전문가와 관료 집단을 지목했다.

'전문가와 관료는 미국의 부, 진보의 부산물이다. 아마추어 정신에는 미국의 리더가 반드시 가져야 할 품위와 비전이 있는데, 전문가와 관료는 아마추어 정신을 억압한다.'

기술과 정부가 초고속으로 발달하고 있는데,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에너지 위기, 전쟁의 위기 앞에 인류는 무기력하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부패한 관료와 용역에 눈이 먼 전문가 집단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정책을 만들어낸다.

대학은 이미 학문을 포기하고 취업학원으로 전락했고, 많은 언론은 토목회사의 수중에 들어가 관료와 쉽게 결탁한다. 그 결과, 민주주의를 올바로 지탱할 구조가 맥 없이 무너지고 있다.

대니얼 부어스틴의 의견을 빌리자면 위기에 처한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아마추어가 나설 수밖에 없다. 시민독립언론 [서귀포사람들]이 아마추어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