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의 큰손, 웃으면서도 그 많은 일을 해내는 비결이?

[인터뷰] 임창금 중문마을 새마을부녀회장

지난 7일, 중문마을회(회장 김지환)가 마을 공동묘지에서 토신제를 봉양했다. 자정 무렵에 마을을 지키는 토신에게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례의식이다. 마을회는 이날 하루 행사를 위해 며칠 전부터 제수를 준비하고 제기를 닦는다. 그리고 이날 하루 마을회관을 찾는 손님에게 정성스럽게 술과 음식을 대접한다.


▲ 임창금 중문마을 새마을부녀회장(사진=장태욱)

토신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을 새마을부녀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을 보고 제수를 준비하고 밥상을 차리고 제기를 닦는 모든 과정을 부녀회가 맡는다. 행사를 위해 중문마을 새마을부녀회 회원 2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녀회원들은 약 100명분의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토신제에 올릴 메(쌀밥, 좁쌀밥), 과일, 대추, 생선, 소고기 등을 준비했다. 그리고 토신제가 끝나는 자정까지 기다렸다가, 음복 음식을 만들어 제관 일행과 나누어 먹었다. 제관은 마을회장이 맡지만, 실제 제사를 할 수 있는 건 부녀회가 있어서다. 이 모든 일을 총괄하는 이는 임창금 새마을부녀회장이다.

임창금 회장은 이 번잡한 일을 치르면서도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회원들과 일을 하는 동안 모든 게 물 흐르듯 순조롭게 해냈다. 김지환 마을회장도, 부녀회원들도 시종일관 임 회장의 말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종갓집에 맏며느리로 어울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인터부 도중에 많이 웃었다.(사진=장태욱)

잠시 틈을 내서 임창금 회장과 부녀회 활동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중문마을 새마을부녀회 회원은 총 55명이다. 여느 마을 부녀회와 마찬가지로 홀로 사는 노인과 저소득층을 돕는 봉사활동을 한다. 그리고 어버이날에 노인잔치도 하고, 빈 농약병을 수거하는 일도 한다. 행사가 있을 때 모든 회원이 참석하지는 못하더라도 시간이 허락되는 회원은 기꺼이 참석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해된다고 한다.

중문은 행사가 많은 마을이다. 새해에 해맞이축제와 총회를 열고, 음력 정초에 토신제도 지낸다. 그리고 10월에는 천제연폭포 일원에서 칠선녀축제도 펼친다. 중문마을회가 이런 행사를 기획할 수 있는 것도 새마을부녀회의 단합된 힘이 있어서 가능하다.


▲ 마을회관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사진=장태욱)

▲ 토신제에 나갈 제기를 닦고 있다.(사진=장태욱)

김지환 마을회장은 “칠선녀축제를 열면 200명 넘는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데, 새마을부녀회가 그걸 마다하지 않고 해준다. 마을회장으로서 여간 고맙고 든든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임창금 부녀회장은 “마을에 일이 있을 때 내가 독려하지 않아도 회원들이 당연히 할 일로 알아서 한다. 일을 치르는 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라며 “회원들이 불만이 있을 것 같지만, 불만을 갖고 부녀회를 탈퇴한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임창금 회장은 역대 부녀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중문마을 출신이다. 중문초등학교를 50회로, 중문중학교를 31회로 줄업했다. 제주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남 장흥 출신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그 이후 계속 중문에 살았다.

“내가 장흥에서 부녀회장을 해야 하는데, 예정도 없이 친정동네에서 회장을 맡는다. 육지로 시집을 갔지만 중문을 벗어나지 못하고, 60년째 고향을 지키고 산다. 시집에선 막내며느리인데, 중문에서는 맏이 역할을 한다.”

임창금 회장은 작년, 회장을 처음 맡았을 땐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1년 동아 해보니 일의 순서를 알게 되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회원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알아서 하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며 회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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