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내겐 오일장으로 들어가는 입장권

[장보기] 서귀포향토오일장

24일, 아내와 오랜만에 서귀포오일장으로 장 구경을 갔다. 특별히 뭐를 사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아니다. 그동안 귤 수확하느라 너무 분주했는데,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게다가 내란사태로 두 달 반 이상 마음이 처져 있었기에 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오일장의 공식 이름은 서귀포향토오일시장으로 매월 끝자리가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 다른 도시와 달리 장터가 도심에 있는데, 점포수가 581개로 규모에서 비교를 거부한다. 아케이드와 주차장 등 시설도 잘 갖춰져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 서귀포향토오일장 '진희네 호떡'(사진=장태욱)

장에 도착한 시간이 늦은 오후여서 일부 점포 주인들은 짐을 싸고 있었다. 장터에서 가장 손님이 붐비는 곳은 먹거리를 파는 점포다. 국밥이나 국수를 파는 음식 가게도 그렇고, 호떡이나 붕어빵을 파는 간식 가게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냄새로나 사람들이 줄을 선 풍경으로나 간식 가게에 눈길이 간다.

‘진희네 호떡’. 호떡만 파는 게 아니라 핫도그도 팔고, 어목도 판다. 호떡은 쑥 호떡인데, 1개 1천 원, 6개에 5천 원이다. 호떡을 샀는데, 집고 먹을 수 있도록 종이컵에 넣어줬다. 어떻게 반죽했는데, 쫄깃하고 쑥 냄새가 향긋하다. 한 번 씹었을 때, 설탕이 녹아 달콤한 맛을 내며 입으로 스민다. 호떡 맛, 이건 오일장의 입장권과도 같은 것이다.

반찬으로 뭐라도 사야할 것 같아서 둘러보는데, 김이 좋아 보였다. ‘애경유통’, 김과 미역, 마른 오징어와, 멸치, 땅콩, 호도를 파는 가게다. 대체로 마른 반찬인데, 한눈에도 싱싱하고 깨끗하다.


▲ 애경유통, 여기서 김을 샀다.(사진=장태욱)

주인장에게 “상품이 정말 싱싱하네요.”라고 말했더니 “주인이 싱싱한데, 물건이 싱싱하지 않을까요?”라며 유쾌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물건 사진은 찍어도 내 사진은 찍지 마요. 옛날 애인이 찾아오면 곤란하다니까.”라며 입담을 발휘했다. 주인장은 “장사를 조금 더 하고 싶은데 옆에 있는 점주들이 일찍 짐을 싼다. 그 바람에 우리도 일찍 마쳐야 할 것 같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마른 김을 사고 왔는데, 주인장의 말처럼 정말 싱싱하고 향긋한 김이다. 여행스케치의 노래 가사처럼 ‘기름 발라서 굽지도 않은 파래김과 저 푸른 초원 김치뿐인 찬’만 있으면 집밥으로는 충분하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