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한 도미가 내는 싱싱하고 담백한 맛, 고급 지리가 1만 원

[동네 맛집] 남원읍 ‘모다드렁’

지리가 상에 올랐는데, 담백한 국물이 내는 고소한 향이 온몸에 스몄다. 푹 끓인 무와 도미가 어우러져 국물은 일품 맛을 낸다. 이런 먹고 기운을 내면 장마 며칠은 거뜬히 견디겠다.

장마가 시작됐다. 안 그래도 습기가 많은 도시인데 앞으로 한 달 이상 습한 날씨가 계속될 것이다. 습한 날에는 뜨끈한 국물 요리가 좋다. 담백한 국물 요리면 입맛도 살리고 기운도 보충할 수 있다. 큼직한 생선 한 마리를 미역이나 무채와 함께 푹 끓여서 간단하게 소금 간을 하면 훌륭한 탕 요리가 된다. 그런 요리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가까운 곳에 있다.


▲ 지리(사진=장태욱)


식당 이름이 ‘모다드렁’. ‘다 함께 모여’라는 뜻을 가진 제주어인데, 식당 상호로 쓰니 정감이 느껴진다. 밥도 혼자 말고 같이 모여서 먹어야 맛있다는 게 우리네 정서 아닌가?

주인장 부부는 20년 전쯤에 다른 곳에서 고등어조림, 갈치조림 같은 생선요리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전 쯤에 남원 해안도로 가까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예전보다 식당 규모도 커졌고, 메뉴도 다양해졌다. 생선 요리에 오리를 추가해 전골과 로스구이, 백숙도 판다. 점심에는 자리물회가 많이 팔리고, 저녁에는 오리 전골과 로스구이를 찾는 사람이 많다.

점심에 아내와 함께 식당을 찾아서 지리 2인분을 주문했다. 여름이라 점심에 자리물회를 주문하는 손님이 많다. 그 분위기에서 지리를 주문하니 주인장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알았다면서 반찬을 내왔다.

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콩나물무침, 오징어젓갈이고, 풋고추와 된장이 함께 나온다. 반찬 종류가 간단한데, 배추김치, 열무김치 맛이 일품이다. 이런 건 안사장이 직접 만든다고 한다.


▲ 큼직한 도미 한 마리가 그릇을 거의 다 차지한다.(사진=장태욱)


 10분 남짓 기다리니 큰 냉면그릇에 지리가 김을 모락모락 내며 나온다. 이게 상에 오르니 고소하고 풋풋한 향이 온몸으로 스민다. 지리의 주재료는 ‘생선의 왕’이라 불리는 도미. 도미를 잘게 썬 무와 함께 푹 끓였다. 거기에 파를 썰어 넣었으니 비린 맛이 사라지고 맑은 향이 난다.

국물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도미의 담백한 맛에 무의 단 맛이 더해졌다. 거기에 파의 향까지 더해져 맑고 깊은 탕이 완성됐다. 젓가락으로 도미 살점을 뜯어 먹었는데, 도미의 흰 살 식감이 너무 좋다. 무는 잘 익었는데 물러지지 않았다. 푸짐해서 먹는 느낌이 좋다.

가시를 발라내면서 살점을 모두 먹었고 국물도 싹 비웠다. 아내가 지리를 오랜만에 먹었는데, 정말 만족스럽다고 했다. 1만원 요리 치고는 정말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었다.

뜨끈한 지리, 이걸로 장마 며칠을 버티겠다.



모다드렁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724번길 9, 064-764-4530
점심특선 매운탕·지리 1만원, 순두부 8,000원
자리물회 1만2,000원
오리로스·오리주물럭 한 마리 각 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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