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에 사죄한다는 일본인, 평일에도 붐비는 한국시장

[교토-오사카 여행기] ⑦ 오사카 코리아타운과 역사자료관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은 이쿠노구 모모다니(桃谷)의 아담한 1층 단독건물에 있다. 한때 이카이노猪飼野)라고 불리던 지역의 한가운데 지점이다. 일대는 오래전부터 조선인, 특히 제주인의 터전이었다.

해방 전에는 수많은 조선인이 일자리를 찾아 일대 공장에 몰렸다. 해방 이후에는 제주4·3의 광품을 피하기 위해 몰래 들어왔다. 그리고 패망한 일본이 경제 재건에 성공한 이후에는 다시 돈을 벌기 위해 밀항선에 몸을 실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이쿠노구에 조선인 구역이 형성됐다.


▲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직원 김순옥 씨가 코리아타운 가는 방향을 가르키는 장면(사진=장태욱)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일본에 한류열풍이 일었다. 당시 이 구역에 ‘조선시장’으로 불리던 ‘미유키도리상점가’가 있었는데, 상점가를 찾는 일본인이 늘었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미유키도리상점가는 정비를 거쳐 ‘오사카코리아타운’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은 재일조선인의 생활상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데, 일본인 여행객들과 함께 일본인 청소년들은 한국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았다. 코리아타운은 연간 20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 오사카 코리아타운. 평일인데도 사람이 붐빈다.(사진=장태욱)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은 그런 배경 속에서 들어섰다. 동아시아의 역사가 이쿠노구에 집약됐고, 수많은 조선인이 이곳에서 삶을 개척했다는 사실을 방문객들에게 알린다는 취지다. 취지에 공감하는 인사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지난 2023년 이곳에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을 설립했다.

홈페이지에는 매주 화요일, 수요일이 휴관일이라 게시됐다. 그런데 우리가 방문한 날은 화요일임에도 문이 열려 있었다. 운이 좋다고 할 수밖에.

자료관에 근무하는 직원의 명함을 받았는데 김순옥 씨다. 재일교포 2세인데, 부모님은 조천면 함덕리 출신이고 시집은 서귀포시 회수마을이라고 했다. 관장을 만나지는 못했다. 고정자 관장은 목요일, 금요일에만 출근한다고 했다.




김순옥 씨는 “주말이 되면 코리아타운에 여행객들이 가득 찬다. 한국인도 많이 오고 일본인도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코리아타운을 찾은 여행객이 역사자료관에도 방문하는데, 한국인보다 일본인이 많다. 그리고 이쿠노구에 관한 자료가 일본어로 된 게 많다.”라고 말했다. 내가 일본어 자료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미안해서 하는 얘기였다.

김순옥 씨 얘기로는, 이코노구는 과거 조선인들이 사는 구역이었는데, 초근에는 70여 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이들은 1년에 한 번 미유키모리 초등학교 옛터에 모여 축제를 연다. 구청과 주민이 ‘공생의 마당’이라는 테마로 축제를 기획하는데, 많은 주민이 참석해 화합의 장을 연다. 오사카 코리아타운은 이제 일본 내 다문화사회 화합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 자료관에서 일본인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일본을 순례하는 중이라고 했는데, 탈원전과 전쟁반대 등을 내걸었다.(사진=장태욱)

자료관에서 일본인 여행자 부부를 만났는데,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초면인데도 남편은 “우리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코리아에게 나쁜 짓을 많이 저질렀다. 진심으로 사죄한다.”라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아마도 한국인을 만나면 전하려고 연습을 해둔 것 같았다.

남편은 자신을 구마모토 출신으로 이름은 ‘아꼬짱’이라고 소개했다. 아내가 작년에 정년이 끝나서 부부가 함께 일본을 순례하고 있다고 했다. 종이로 만든 패널을 들고 있는데 거기에 ‘탈천황제’ ‘전쟁반대’, ‘탈원전’, ‘지산지소(地産地消)’, ‘세계평화’ 등 다양한 슬로건을 적었다.

일본인을 만날 때마다 무례하고 돌발적인 국가인데 예의바르고 양심적인 국민이 많다는데 놀란다. 아꼬짱 씨 부부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 코리아타운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 다 있다. 그걸 찾아 많은 사람이 몰린다.(사진=장태욱)

오사카 코리아타운 거리는 자료관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시장 거리인데, 홍문을 세워서 한국 거리임을 알린다. 길가 양쪽에 상점이 즐비한데, 대체로 한국 음식을 판다. 화요일 낮인데도, 거리에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 한국어가 상용어처럼 통하고, 호떡과 라면, 떡볶이처럼 낯익은 음식을 쉽게 맛볼 수 있는 거리. 한국의 대부분 시장거리가 불경기로 싸늘하게 식어 가는데, 먼 일본 내 한국시장이 활기를 띤다. 만감이 교차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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