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귤, 이리 달콤한데 농가 애를 태운다

봄 저온현상으로 생육 늦어져 착색도 지연, 거기에 불경기까지

귤의 껍질엔 푸른빛이 도는데, 껍질 안쪽은 진한 붉은색이다. 한 조각 먹어보니 식감이 부드럽고 달콤하다. 맛있는 귤인데, 올봄 저온 현상으로 착색이 늦어져 출하가 지연됐다. 그럼에도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농가는 좋은 가격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9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양 아무개 소유 비닐하우스에서 귤 수확이 한창이다. 여자 일꾼 다섯 명이 가위로 귤을 따면 남자 일꾼 한 명이 수레로 나른다. 수확한 귤은 저울로 떠서 창고에 보관하면, 수집상 트럭이 이것들을 싣고 간다.


▲ 하우스 귤 수확이 분주하다.(사진=장태욱)

귤은 표면에 약간 푸른색이 남아 있는데, 껍질을 까서 보면 안쪽은 진한 붉은 빛이 돈다. 맛을 보면 부드러워 식감도 좋고 맛도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다.

지금 수확하는 귤은 겨울에 비닐하우스 내부에 열을 가해서 꽃을 일찍 피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재배한 것이다. 비닐하우스에 열을 가할 때는 등유나 전기를 이용하는데, 양 씨는 전기를 이용한다.

난방을 일찍 시작할수록 꽃이 일찍 피고 수확시기도 당길 수 있다. 그러면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난방비가 많이 든다. 농가마다 난방비와 수확시기, 가격을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양 씨는 “올해 하우스 귤이 착색이 늦어져 재배 농가들이 애를 태웠다. 귤이 맛은 이미 들었는데, 껍질이 여전히 파랗기 때문에 수확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 수확을 기다리는 귤(사진=장태욱)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과일관측 6월호에서 올해 봄 저온현상으로 대부분 과일에서 생육지연 현상이 나타나다가 5월 이후에 기온이 오르면서 나무가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6월 귤 출하량은 예년에 비해 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귤의 출하량이 감소한다고 해도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출하가 늘어나면서 대도시 공판장에서 하우스 귤 가격은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대도시 공판장에서 귤 3킬로그램 기준 한 상자 평균 가격은 5월 30일 3만1,400원이었는데, 6월 5일에는 2만6,200원을 기록하더니 6월 9일에는 2만5,400원으로 마무리됐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