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색 짙은 반찬에 단백한 보말국 한 그릇, 부담 없이 싹 비웠다
[동네 맛집] 몰고랑몸국
봄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추위가 몰려왔다. 지구온난화로 북국 제트기류에서 빠져나온 찬 기단에 한반도 주변에 몰려와서 생기는 현상이라는데, 방심하다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다시 두꺼운 옷을 꺼내고, 땔감을 챙겼다.
2월에 들어 회식 때마다 고기를 먹은 터라, 며칠 소기 불편했다. 부드럽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면 몸과 마음을 데울 수 있을 것이다. 서귀포시청 북쪽에 있는 ‘몰고랑몸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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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로 몰고랑은 말이 끄는 연자방아를 이르고, 몸국은 해초인 모자반을 넣고 끓인 국을 말한다. 예전에는 몸국을 주로 팔아서 이런 상호를 붙였을 텐데 지금은 메뉴가 다양해졌다.
아내와 저녁 6시 경에 들어갔다. 식당에 방송에 여러 번 나왔는지, 방송화면을 담은 사진이 여러 장 걸려있다. 꽤나 유명한 음식점인가 보다. 두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곳에선 몸국을, 다른 쪽에서는 두루치기를 먹는데, 손님들이 모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린 보말국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을 하자 금새 밑반찬이 테이블에 올랐다. 겨울 무가 제철이라 깍두기와 무채가 나왔고, 콩나물무침과 콩자반, 멸치가 나왔다. 그리고 가장 반가운 멜젓(멸치젓의 제주어), 이게 있으니 토종음식점으로 인정할 수 있겠다. 몰고랑이라는 상호가 무색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밤과 보말국이 나왔다. 밥에는 콩이 조금 들었는데, 너무 질지도 않고 설익지도 않은 게, 먹기에 가장 적당했다. 보말국엔 미역이 푸짐한데, 대파와 보말(고둥)을 넣고 푹 끓여낸 것이다. 제주도 바다에 보말(고둥)은 고메기, 먹보말, 수두리보말 등 종류가 다양한데, 크기가 작은 고메기를 넣은 것으로 보였다.
주인장은 “보말은 보목리에서 왔다.”라며 “보목리 해녀에게 부탁하면 깊은 바다에서 보말을 잡아 온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보말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어서 큰 거를 넣어 달라고 주문하면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제주바다 어디서나 보말이 흔했는데, 지금은 꽤나 귀해졌다. 보목리 해안은 큰 하천이 유입하지 않아서 해조류가 풍부하다.
국물이 비리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국물 맛이 진한데 단백하고 그러면서도 깔끔했다. 깍두기와 무채, 멜젓에 곁들여 오랜만에 부담스럽지 않게 밥 사발과 국 사발을 깔끔하게 비웠다.
주인장은 33년째 식당을 운영한다고 했다. 이전 30년은 다른 곳에서 하다가 3년 전에 지금 자리로 옮겼다. 당초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브레이크 없이 문을 열었는데, 저녁에도 손님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저녁 장사도 하고 있다고 했다.
몸곡고 흑도새기국, 순대몸국, 토란흑도새기국, 순두부 등 다른 국물요리도 파는데, 대부분이 향토색이 묻어나는 것들이다. 다음에는 토란흑도새기국을 한번 먹고 싶다.
몰고랑몸국
제주도 서귀포시 중앙로 111
순두부 9000원, 보말국 1만 원
몸국·흑도새기국·두루치기 1만1000원
순대몸국·토란흑도새기국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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