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고 고맙고 섭섭해서.. 눈물을 참을 수 없는 졸업식
서귀포오석학교 5일, 제55회 졸업식 개최
졸업식인데, 눈물과 감격이 넘쳤다.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매일 밤 야간학교를 찾았던 늦깎이 학생들은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며 배움에 향한 의지를 다졌다. 학생들은 지도한 자원교사들은 박수로 응원했고, 학생들은 편지로 화답했다.

만학도들을 위한 배움의 징검다리 서귀포오석학교(교장 오영진)가 5일 저녁 학교 잔디마당에서 졸업식과 수료식을 개최했다.
오영진 교장은 개회사에서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서 걷고 뛰어다닐 만하면 학교에 입학하는데, 오석학교 학생들은 그동안 사회에서 일하다가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학교에 오셨다.”라며 “일하면서 공부하기가 어려운데 그걸 해내신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노력한 덕에 올해 검정고시에서 많은 분들이 합격하셨다.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많이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오영진 교장은 “해남반 학생들은 그동안 정들었는데, 이제 학교를 떠나게 됐다.”라며 “많이 섭섭한데 종종 학교에 들르시면 좋겠다. 제발 빈손으로 오시라.”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올해 열린 검정고시에 합격한 학생들이다. 강복화, 옥근술, 원영자 학생이 올해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해 초등학교 과정을 졸업했다. 권영자, 김은순, 이선화, 전미란, 현금옥, 현윤협 학생이 중학교 과정을 졸업했고, 배준혁, 오춘매, 장용숙, 최승현, 황은명 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했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여건에 맞는 대학교 과정을 물색하고 있다.

졸업은 아니지만 기초 과정을 단계별로 수료한 학생들도 있다. 우선 해오름교실 강전옥 학생을 포함해 7명이 한글 기초반을 수료했다. 그리고 새솔반 김정례 학생을 포함해 5명이 초등문해교육 1단계 과정을, 새날반 김금순 학생을 포함해 3명이 초등문해교육 2단계 과정을 각각 수료했다. 수료자들은 모두 한글 공부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검정고시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기초과정을 밟아가는 학생들이다.
이충훈 서귀포시 자치행정국장이 참석해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이충훈 국장은 “수료하시는 분들, 졸업하시는 분들 모두 높은 꿈을 향해 나가시는 일에 축하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열정이 이 마당에서 느껴진다.”라고 말한 후 한참 동안 말을 잊지 못했더니 “어르신들을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났다. 모두 훌륭하고 아름다운 분들이라 생각한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모범 자원교사와 학생에 대한 표창 수여도 있었다.
늘푸른반 김병관 자원교사와 새날반 박귀심 학생이 제주도지사 표창을 받았고, 새솔반 윤재금 학생이 서귀포시장상을 받았다. 그리고 새솔반 정수옥 자원교사와 이룸반 손표순 학생이 제주도의회 의장상을 받았고, 여울반 김은주 자원교사와 배움반 김기삼 학생이 제주도교육감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학교를 떠나는 오춘매, 현금옥 학생이 작별의 편지를 낭송했다.

오춘매 학생은 “배울고자 하는 열정이 있으면 우리는 언제나 청춘이란 걸 알았다.”라며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닦으며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배움을 나누는 삶을 살겠다.”라고 마음을 밝혔다.
현금옥 학생은 “생계 때문에 중학교에 못 갔고, 미용사로 40년을 살다가 은퇴할 나이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평생의 바람이었던 배움을 이어가기 위해 오석학교를 찾았다. 처음엔 늦깎이 학생이 되어 공부하는 게 부끄러워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는데, 부끄러움은 잠시였고 학교가 정말 좋았다.”라고 밝혔다.

현금옥 학생은 “오석학교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멋진 경기를 시작한 것”이라며 “이제 나 자신이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다.”라고 졸업의 감격을 전했다.
서귀포오석학교는 지난 1967년 서귀포재건학교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서, 중학교 미진학 청소년을 위해 야간학교 과정을 운영했다. 이날 졸업식이 중학교 과정 55회 졸업식에 해당한다.
학교는 이후 고등학교 과정, 초등학교 과정을 차례로 개설했다. 고등학교 과정 졸업식으로는 39회, 초등학교 과정 졸업식으로는 31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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