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용궁이 열린 날, 일출봉과 식산봉 앞은 장관을 이뤘다

제4회 ‘성산 조개바당 축제’ 9일과 10일, 성산읍 내수면 갯벌에서 열려

지난 10여 년 동안 제주 제2공항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성산포 주민들이 조개를 잡으며 화합을 다졌다. 지역의 많은 단체들이 축제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내수면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갯벌용궁을 활짝 열어줬다. 갯벌에서 아이들이 조개를 잡으며 떠드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성산 조개바당 축제에 참가해 조개를 잡는 사람들(사진=장태욱)

제4회 ‘성산 조개바당 축제’가 9일과 10일 이틀간 성산읍 내수면 모래갯벌에서 열렸다. 성산읍이 행사를 주최했고, 성산포수협이 후원했다. 성산읍주민자치위원회, 이장협의회, 새마을부녀회, 연합청년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의용소방대, 라이온스클럽 등 지역 단체들이 나서 행사들 도왔다.

행사 첫날인 9일 행사장을 찾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주민들이 행사를 준비했다. 성산읍주민자치위윈회가 참석자들을 위해 매실음료를 준비했다. 한 위원은 “성산읍은 행사가 열리면 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돕는다. 그런 전통이 있어서 축제를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정성필 어르신이 진행하는 고망낚시대 만들기 체험(사진=장태욱)

타투·썬캡 만들기, 소방안전 체험, 고망낚식대 만들기, 수산물 할인판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 부스가 마련됐다. 행사장에서 특별히 관심을 끈 건 고망낚시 달인 정성필 어르신은 진행하는 고망낚시대 만들기 체험이다. 정성필 어르신은 ‘꽝이 없는 고망낚시’라는 제목으로 감춘매듭을 만들고 낚시줄을 매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제주도 강태공들 사이에 전해내려온 ‘큰 궤긴 철여봐사 정다슬고, 토다 먹는 궤긴 입 족앙 못 낚는다.’라는 속담의 뜻을 설명했다.

성산포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팝콘과 커피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다. 축제에 참가한 주민과 관광객들은 빗속에서 팝콘과 커피를 나누며 성산읍의 훈훈한 인심을 체험했다.


▲ 성산포라이온스 회원들이 팝콘과 커피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다.(사진=장태욱)

성산읍 새마을부녀회가 운영하는 향토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개멸치국수와 조개오징어물회가 각각 1만원씩이다. 조개멸치국수는 멸치국수에 조개 속살을 듬뿍 올렸는데, 국물 맛이 진하고 조개 씹힐 때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조개오징어물회는 삶은 오징어와 조개속살을 넣어 물회를 만들었는데, 고추와 피망, 쪽파 등을 썰어 넣어 싱싱하고 담백한 맛이 났다. 오징어물회를 행사장에서 1만원에 먹을 수 있는 건 기대하지 못했던 행운이다.


▲ 향토음식점 조개오징어물회(사진=장태욱)

오후 1시가 되니 어느 정도 비가 잦아들었고, 썰물이 되어 갯벌이 바닥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호미 대여 부스에서 호미와 그물망을 빌려서 갯벌로 나갔다. 갯벌에서 가족단위를 조개를 잡는데,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출봉과 식산봉을 배경으로 주민 수백 명이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풍경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 참가자들이 호미와 그물망을 빌리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사진=장태욱)


축하 개막식은 이날 저녁 8시에 열렸다. 식전 행사로 초대가수 황기동 씨와 밤벨스전문악단이 무대에 올랐다.

10일에는 성산포 주민들이 참가하는 마을대표 노래자랑이 열렸다. 14개 마을을 대표해 출전한 가수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를 한껏 뽐냈다.

전통문화를 매개로 공동체의 결속을 보여준 조개바당축제, 지역축제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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