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놀!! 노루가 절 쳐다봐요”

7월은 야생의 계절입니다. 태양은 1년 가운데 가장 풍부하고, 그 빛과 열기의 세례로 숲속에 모든 것들은 활기를 띱니다. 새들의 날개짓은 분주해지고 물방울을 머금은 거미줄은 더욱 선명합니다. 나무들은 열기를 속으로 삼켜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를 토해냅니다.



21일, 일행과 함께 사려니숲길을 찾았습니다. 새벽에 비까지 내려, 숲속 많은 것들은 한껏 들떠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숲의 세례를 좇아 많은 이들이 숲길을 걷고 있네요.

산책로를 따라 길을 걷는데, 수풀을 흔드는 작은 몸짓이 보입니다. 배고픈 노루가 풀을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3대가 함께 여행 온 일가족은 이 광경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손자 : 할아버지, 저게 뭘까요?
할아버지 : 고라니 아닌가?


옆에서 듣든 행인이 “고라니가 아니라 노루”라고 알려줍니다.




할아버지 : 노루라네, 뿔이 있는 걸 보니 수노룬가 보다.
손자 : 노루가 절 쳐다봐요. 노루 처음 보는데, 정말 재미있네요. 신기해요.


이 가족은 세종시에서 왔다고 합니다. 고라니는 흔히 봤겠지만 노루는 처음 보나 봅니다. 눈앞에서 노루가 풀을 뜯는 장면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데, 이 노루는 도망치지 않고 오래도 풀을 뜯네요. 이 가족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나 봅니다.




여름입니다. 숲은 풍요롭고 그 안에 사는 모든 것들이 살아있음을 즐기는 시간입니다. 숲속에 있는 사람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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